정부, AI분야 규제개혁 로드맵 발표
‘계약 맺고 이용’ 해외사례 근거 삼아
AI 기업과 저작권자간의 거래 활성화 위한 플랫폼도 개발 방침
자율주행 시범지구 도시단위 확대
정부가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공공·민간 데이터의 활용 장벽을 낮춰 AI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저작권법상 저작물을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공정 이용(fair use)’ 범위를 구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연말까지 마련하고, AI 기업과 저작권자의 거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도 개발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내용의 AI 분야 규제 개혁 로드맵을 27일 발표했다. 이재명 정부가 밝혀온 신성장산업 규제 개혁 로드맵이 AI 분야에서 처음 발표된 것이다.
● 저작권 데이터 ‘공정 이용’ 기준 연내 마련
정부는 AI 기업, 전문가들과의 협의를 거쳐 67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먼저 문화체육관광부는 AI 학습을 위한 저작권 데이터 활용 관련 ‘공정 이용’의 판단 기준 및 사례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까지 만들 예정이다.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와 관련해 AI 학습에 이용할 수 있는 범위를 제시하겠다는 것. 문체부는 다음 달 4일 공개 설명회를 갖고, 관련 부서는 물론이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저작권 보호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저작권 주무 부서로서 AI 학습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대해 창작자들이 고민하는 대목을 잘 알고 있다”며 “현 정부도 ‘K컬처 300조 시대’를 지향하는 만큼 콘텐츠의 권익 보호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AI 학습용 저작권 데이터에 대한 거래 체계를 함께 마련하면 AI를 육성하면서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I 업체가 콘텐츠 기업 등과 공정한 계약을 맺고 학습 데이터를 이용하는 해외 사례를 가이드라인의 근거로 삼을 방침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를 계기로 공정한 데이터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대해 언론·문화계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본 뒤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신문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앞서 “생성형 AI 사업자가 학습에 사용한 데이터를 투명하게 밝히고, 저작권자가 열람을 요청할 경우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우려되는 대목이 없진 않으나, 공정 이용은 데이터 출처를 명확히 하고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게 전제로 깔린 개념이라 불합리한 건 아니다”라며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내용을 검토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공공데이터 개방을 확대해 AI 학습에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마련한다. ‘AI·고가치 공공데이터 톱(Top)100’을 이달부터 선정하고 AI 학습에 활용 가능한 공공데이터의 세부 기준과 관리 체계도 만들기로 했다.
● 金 “AI 분야 과도한 규제, 끊임없이 개선해야”
정부는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모빌리티와 로봇, 데이터센터 구축 관련 규제 완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자율주행 분야에선 내년 1분기(1∼3월) 중으로 지금까지 노선 위주였던 시범운행지구를 도시 단위로 대폭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장관이 가진 시범운행지구 지정 권한도 각 지방자치단체에 부여해 행정절차도 간소화한다. 데이터센터와 관련해선 상주 인력이 적고 외부인 출입이 통제되는 특성을 고려해 미술작품 및 승강기 설치 의무 등 규제를 없애 사업자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그 밖에 공공행정 분야에선 AI 세금 업무 컨설턴트, 소상공인 상담 AI 도우미 등 대국민 서비스도 개발한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는 세종시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센터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본 뒤 AI 관련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정부와 민간의 AI 혁신을 가속화하고 해외 투자와 기술 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AI 분야에 불합리하거나 과도한 규제가 없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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