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韓 핵잠 도입 서해 연계에 “이간질 말라”…韓 언급은 빼
전문가들 “中 입장서 韓 여전한 관리 대상…전략적 판단 반영”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미의원연맹 창립기념 제1회 한미외교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20/뉴스1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서해 정세’를 거론하며 핵추진 잠수함(핵잠) 도입 배경을 언급한 직후, 중국이 이례적으로 빠른 반응을 내놨다. 다만 비판의 화살은 전적으로 미국을 향했고, 한국을 겨냥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다. 2021년 호주가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를 통해 핵잠 도입을 선언했을 때 중국이 “핵확산 위협을 키우는 행위”라며 강력히 대응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메시지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진 모습이다.
中, 미국 겨냥 “시비·이간질 말라”…韓 핵잠엔 비판 자제
주한 중국대사관은 20일 ‘미국 관료의 잘못된 발언에 대한 질의응답’ 형식의 대변인 입장을 내고 “주한 미국대사관 대사대리와 미군 고위 관료의 발언을 유의했고 놀라움과 불만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미중·한중·한미 정상 회담이 열린 상황에서 미국 관료의 발언이 지도자 간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이간질이나 시비를 걸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핵잠 도입 추진 자체에 대한 별도 비판을 자제한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이에 앞서 케빈 김 대사대리는 같은 날 한미외교포럼 축사에서 ‘최근 서해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도전 과제가 분명하다’며 “그래서 한미 정상이 국방비 증액과 핵잠 확보를 추진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방한한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이 “한국 핵잠은 중국 억제에 활용될 것”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데 이어, 미국 측에서 한국의 핵잠 도입을 대중 전략의 일부로 연결해 설명하는 흐름이 연속적으로 나타난 상황이다.
그럼에도 중국이 한국에 대한 직접 비난을 피한 배경으로는 다층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한중관계가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복원 국면’에 들어간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1일 정상회담에서 경제·민생·문화 교류 확대에 방점을 찍었고,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 진전을 포함한 7건의 양해각서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했다.
서해 구조물 문제나 미중 경쟁 등 민감한 현안 대신, 실질 협력을 통해 관계를 정상 궤도에 올리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점도 중국의 절제된 대응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의장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은 좋은 흐름을 유지한 채 정상 간 복원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평가다.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일 갈등이 급속도로 격화되면서, 중국이 외교적 역량을 일본 견제에 집중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언급 이후 중국 외교부와 관영매체가 강도 높게 대응하는 가운데 한국과의 갈등까지 병행하는 것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취했던 강경 조치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손실로 이어졌다는 내부 평가도 이번 대응 수위 조절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당시 전면적 제재는 한국 내 반중 정서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 내부에서도 ‘한국을 과도하게 압박하는 방식은 실효성이 낮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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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압박은 오히려 한미 밀착 ‘역효과’ 고려한 듯…“中, 전략적 판단 반영”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 입장을 신속하지만, 절제된 대응으로 평가했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은 한국을 미국 쪽으로 밀어버릴 전략적 실수를 피하려 하고 있다”며 “한국이 핵잠을 자주국방 차원에서 설명해 온 만큼 중국도 수위를 조절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일본과 달리 한국을 여전히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카드로 본다”며 “핵잠 추진에 중국 고려가 일정 부분 있더라도 한국이 자주국방 논리를 유지하면 중국이 충돌을 택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과 미국의 연이은 발언으로 중국이 대응은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한중관계만큼은 수면 아래 두려는 의도가 읽힌다”며 “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중국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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