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출 절벽’, 하나 이어 KB도 주택구입 대출 중단…“이사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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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1월 21일 12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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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학교 입학 때문에 연말에 이사를 계획했다가, 대출아 안 나와 내년으로 미뤘다.”

7살 자녀를 둔 김모 씨(38)는 올해 이사를 계획 중이었다가 계획을 변경했다. 초등학교 입학 때문에 좀 더 좋은 학군지로 이사를 할 목표였지만, 대출이 나오지 않아 내년으로 이사를 미룰 수밖에 없었다. 김 씨는 “대출 한도가 줄면 어떻게든 맞출 수 있는데, 아예 대출이 안 나와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하나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마저 올해 실행분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 영업을 중단하면서 연말 이사를 계획 중인 실수요자들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나머지 시중은행도 조만간 올해 대출영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여 이사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은행 대출 없이 집을 사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이사 ‘올스톱’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매매심리가 크게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25.11.14 뉴스1
14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에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과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매매심리가 크게 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2025.11.14 뉴스1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대면 창구에서 이달 24일부터, 비대면 채널에서는 이달 22일부터 올해 실행 예정인 주택 구입 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한다.

다른 은행에서 KB국민은행으로 갈아타는 타행대환 대출(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과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KB스타 신용대출 Ⅰ·Ⅱ’도 이달 22일부터 중단된다. 다만,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연내 실행 예정 건은 접수할 수 있다.

하나은행 역시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20일부터는 대출 중개인을 통한 가계대출(올해 실행분) 신규 접수를 중단했는데, 25일부터는 영업점을 통한 신청까지 막았다.

영업점이 아닌 온라인 비대면 주담대 접수의 경우 일부 한도가 남아 아직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한도 소진이 임박해 중단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우리·신한은행 역시 대출 총량관리로 인해 올해 취급 가능한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부분이 올해 가계대출 영업을 마감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출 총량관리가 엄격해지면서 취급가능한 한도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있다”고 했다.

●거래는 절벽, 집값은 ‘우상향’, 대출은 막혀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30∼6.060% 수준이다. 2025.11.16 뉴스1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주택담보대출 안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930∼6.060% 수준이다. 2025.11.16 뉴스1

은행들이 올해 주택 구입 목적의 대출영업을 조기 중단한 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출 규제인 6·27 대책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당시 대책에서 올 하반기(7~12월)부터 금융권의 대출 총량을 기존 대비 50% 수준으로 조정토록 했다. 금융권에서는 대출 가능 금액이 애초 대비 10조~20조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은행에서만 약 3조6000억 원의 대출 총량이 줄었다.

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은 6·27 대책 이후 주택 가격에 따라 2억~4억 원으로 규제를 더 강화한 10·15 대책이 나오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 사실상 더 힘들어졌다. 여기에 총량 규제로 인해 은행들이 대출 문을 걸어 잠그면서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문턱이 더 힘들어진 셈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 분위기는 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이 전날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11월 셋째 주(11월17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20% 올라 4주 만에 상승 폭을 다시 키웠다. 대출 규제 강화, 토지거래허가제구역 확대 등으로 전체적인 부동산 거래 건수는 줄어들지만, 수도권 주요 도심지 공급 부족 문제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분위기다.

서울 양천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거래가 10·15 대책 이후 확 꺾였지만, 호가는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라며 “결국 공급 부족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아 주요 상급지의 집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심리가 반영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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