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잇단 패소로 4분기 과징금 364억 환급…“법리 검토 신중해야”

  • 뉴시스(신문)
  • 입력 2025년 11월 21일 10시 18분


네이버 알고리즘 과징금 267억…대법서 파기환송
‘벌떼입찰’ 호반 과징금 608억 중 364억 취소 확정
지난해에도 행정소송 패소로 과징금 1229억 환급
예정처 “과징금 부과 전 신중 법리 검토 선행돼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세종=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2019.09.05 【세종=뉴시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돼 환급해야 하는 과징금이 4분기 360억원을 넘게 됐다. 과징금 260억원 상당의 제재 역시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당하면서 취소 가능성이 생겼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징금 부과 처분에 앞서 신중한 법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네이버의 쇼핑 알고리즘 조작 의혹 제재 관련 소송과 호반건설의 총수 자녀 일감 몰아주기 의혹 제재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네이버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처분이 적법했다는 취지의 원심을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0년 10월 네이버가 비교 쇼핑 서비스인 네이버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해 자사(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상단에 노출하고 경쟁사는 하단으로 내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네이버가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시장 경쟁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 측은 공정위 측 주장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지만 서울고법 재판부는 지난 2022년 네이버 측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원심파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면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267억원을 취소할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은 네이버쇼핑에 경쟁사업자와 동등 조건으로 대우하라는 일반적 의무를 부과할 수 없고, 네이버의 시장지배력에 따른 영향만으로 경쟁제한적 성격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온라인 쇼핑시장에서 오픈마켓의 거래액이 꾸준히 증가했고 경쟁 오픈마켓 입점사업자의 수도 유지됐다는 점을 들어 경쟁제한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벌떼입찰’로 총수 자녀 회사에 일감을 물어준 호반건설에 부과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608억원 중 364억원을 취소하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도 받아 들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2023년 6월 호반건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총 608억원을 부과했다.

호반건설이 2013년 말부터 2015년까지 호반건설이 추첨으로 공급하는 공공택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수의 계열사를 설립하고 비계열 협력사까지 동원해 추첨 입찰에 참가시키는 벌떼입찰을 통해 김상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의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는 의혹이었다.

서울고법은 공공택지 전매와 입찰신청금 무상대여는 부당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해당 사항에 부과된 364억6100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총수 2세 관련 회사가 진행하는 40개 공공택지 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해 무상으로 지급보증을 서준 행위, 건설공사 이관 등에 대해선 243억4100만원의 과징금을 유지했다.

대법원이 서울고법의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지으면서 공정위는 과징금 364억6100만원을 돌려주게 된 것이다.

잇따른 패소에 공정위는 최소 364억원의 과징금을 환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네이버 알고리즘 제재 소송의 향방에 따라 최대 266억4000만원의 과징금도 환급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 기본이자율 연 3.1%를 가산할 경우 환급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 처분에 앞서 신중한 법리검토와 함께 사안에 대한 분석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가 지난해 행정소송 패소로 인해 과징금을 환급한 액수는 1229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판결문 접수일로부터 8일 이내에 환급조치를 완료해야 하지만 환급처리가 완료된 과징금 환급 47건 중 15건은 법정 기한을 넘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회예산정책처는 “행정소송 패소에 따른 환급 규모가 급증하는 것은 공정위의 행정소송 대응 예산 및 인력 부족에 기인하는 바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새로운 유형의 독과점 남용행위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한 상황에서 부과된 과징금 일부가 부당한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환급 결정이 확정된 건에 대한 환급 절차가 관련 규정에서 정한 기한을 초과하게 되면 부당한 과징금을 이미 납부한 소송상대방의 경제적 피해를 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처분에 앞서 보다 신중한 법리 검토와 사안에 대한 분석을 선행할 필요가 있다”며 “취소 결정된 과징금에 대해서는 조속히 환급업무를 완료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 역시 “공정위가 새로운 경제 환경에서의 혁신 활동을 제재하는 경우가 있다”며 “공정위가 위법 여부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무리한 제재로 업계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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