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 스페셜] 파츠파츠
제품 중심에서 사용자 참여형 경험으로 패러다임 전환
임선옥 디자이너 “브랜드 혁신은 형태 아닌 경험 설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 중인 이영민 보자기 작가가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과 함께 10월 17일 파츠파츠 랩을 방문했다. 특히 ‘1yd Pilot Free-making’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워크숍을 통해 폐원단을 활용해 자유롭게 디자인과 재단을 해보는 등 제로 웨이스트 패턴 구조와 무봉제 공정을 직접 체험했다. 파츠파츠 제공
제로 웨이스트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파츠파츠(PARTsPARTs)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 브랜드는 ‘입는 경험’을 새롭게 설계하는 하나의 UX(사용자 경험) 실험실이다.
임선옥 디자이너가 2011년 시작한 파츠파츠는 ‘하나의 옷에서 무한한 변주’를 가능하게 하는 독창적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디자인의 출발점은 미학이 아니라 구조다. 마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인체의 구조를 해부하며 창조의 원리를 탐구했던 것처럼 파츠파츠는 옷의 구조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한다.
이 브랜드의 핵심은 ‘제로 웨이스트’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재단이나 버려지는 천 조각이 거의 없다. 이는 단순한 친환경 접근이 아니라 ‘낭비 없는 사고 구조’를 패션에 적용한 결과다.
파츠파츠의 3D 패턴 설계 시스템은 옷을 하나의 완결된 모듈로 만들고 소비자는 그 옷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조합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완성한다. 즉 소비자가 디자이너의 연장선에 서게 되는 경험 설계다.
UX 전략가의 관점에서 보면 파츠파츠는 패션의 ‘제품 중심’ 사고에서 ‘사용자 참여형 경험 시스템’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보여준다. 이 브랜드의 진짜 혁신은 형태나 소재가 아니라 경험 설계에 있다. 소비자는 파츠파츠의 옷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체험하고 동시에 ‘창의성의 구조’를 입는다.
또한 모든 생산 과정은 ‘Made in Korea’로 이뤄진다. 지역 생산과 장인의 기술이 결합된 이 시스템은 단순히 윤리적 생산을 넘어 한국 패션 산업의 기술력과 감각을 세계시장에 보여주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
현재 파츠파츠는 해외 패션 전시, 디자인 뮤지엄,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페어 등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 일본의 디자인 관계자들은 파츠파츠를 ‘패션과 공학,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시스템 디자인 브랜드’로 평가한다.
임 디자이너는 말한다. “디자인은 형태가 아니라 생각의 구조다. 파츠파츠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철학이자 창의성을 구현하는 구조적 언어다.”
결국 파츠파츠는 옷을 넘어선다.
그것은 ‘한 벌의 옷’ 안에서 창의성과 책임, 사용자의 자유를 설계한 하나의 UX 플랫폼이다. 지속가능한 패션의 미래가 단순히 소재나 트렌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험의 구조에 있다는 것을 파츠파츠는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임 디자이너가 2019년부터 패션 디자인과 소비문화 속에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고 이를 문화적으로 확산하자는 취지로 기획해 운영해오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은 지속가능 패션의 실천과 실험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제로 웨이스트 워크숍 참가자들은 직접 패턴을 배우고 버려지는 조각 없이 나만의 에코백을 완성하며 지속가능한 패션을 경험한다. 이는 완성된 가방이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패션이 환경을 바꾸는 힘임을 체감하는 작은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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