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의 심야택배 제한 추진에
“편의 아닌 일상 지탱하는 수단”
업계 “중단 땐 연간 54조원 손실”
쿠팡-컬리 “주5일제 도입 가능”
“저희 부부와 같은 맞벌이는 장 보는 것도 새벽 배송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회 국민 동의 청원 게시판에서 17일 오후 기준 7910명의 동의를 얻은 ‘새벽 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게시자는 13일 이 글을 올리면서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삶과 밀접하고 많은 일자리와 연결된 산업에 대한 규제는 많은 고려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는 택배사들이 택배 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휴일과 심야 배송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근무시간 총량을 제한하거나 노동 강도를 완화하는 조처만으로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제도가 될 공산이 크다”며 “심야나 휴일 배송 제한 조처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택배노조는 새벽 시간을 초심야시간대(0시∼오전 5시)라고 지적하며 배송 제한을 주장했다. 택배노조의 새벽 배송 제한 주장에 소비자들은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직장인 박태민 씨(27)는 “휴대전화가 갑자기 고장 난 상황에서 출장 등 중요 업무가 몰려 있어 걱정이 컸는데 다음 날 바로 새벽 배송을 받아 다행이었다”며 “대체재가 없어 새벽 배송이 제한되면 불편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와함께와 한국소비자단체연합이 성인 1000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4%가 ‘새벽 배송을 중단하면 불편하다’고 답했다.
유통업계 우려도 크다.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의 파급효과 관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새벽 배송과 주 7일 배송이 중단되면 택배 주문량이 약 40% 줄고 연간 54조3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쿠팡과 마켓컬리는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회의에서 택배 기사 주 5일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 참석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두 회사 관계자는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가능하며 실제 일부에서는 이미 도입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 쿠팡과 마켓컬리, CJ대한통운이 새벽 배송을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달 4일 다음 달부터 주 5일 근무제를 순차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은 새벽 배송 제한에 거리를 두며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건(새벽 배송 금지는) 입법으로 가능하지 사회적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소비자단체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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