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좌파-강경우파 후보 양강 구도
BBC “신규 투표자 표심예측 어려워”
16일 대선 1차 투표와 총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칠레에서 1990년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시행되는 ‘의무 투표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하는 제도로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하지 않는 유권자는 최대 105달러(약 15만2000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는 상당히 낮은 투표율을 기록한 최근 선거의 폐해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2021년 대선 1차 투표 때는 전체 약 1500만 명의 유권자 중 불과 711만 명만 선거에 참여했다. 투표율이 47%에 불과해 당선인의 정당성 시비가 불거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당국은 이번 대선에서는 해외에 체류하거나, 중병을 앓는 유권자를 제외하면 반드시 투표를 하도록 결정했다. 당국은 의무투표제 도입으로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80%대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스페인어판은 의무 투표제에 따라 전보다 더 늘어난 유권자 규모는 약 500만 명이라며 “대부분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정치에 큰 관심이 없고 고정된 이념적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이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선거의 투표 시간은 현지 시간 오전 8시∼오후 6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8시∼17일 오전 6시)다. 선거 결과 또한 투표 종료 후 곧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여론조사에서는 칠레공산당 소속인 중도·좌파 연합의 자네트 하라 후보와 ‘칠레 트럼프’로 불리는 강경우파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 공화당 후보의 양강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1차 투표에서는 하라 후보의 우세가 예상되나 지지율 1, 2위 후보가 맞붙는 다음 달 14일 결선투표에서는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카스트 후보가 성향이 비슷한 에벨린 마테이 후보, 요하네스 카이세르 후보의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따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4년 임기의 하원의원 155명 전원, 8년 임기의 상원의원 50명 중 23명도 선출된다. 일각에서는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하의 경제난, 치안 악화 등으로 총선에서 우파 성향의 야권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카스트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고, 총선에서도 야권이 앞선다면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1973∼1990년 집권) 후 사상 처음으로 행정부와 양원을 모두 우파가 차지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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