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중국인 첸즈민. 사진=Metropolitan Police 제공
영국 법원이 불법 투자금으로 세탁한 약 9조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중국 여성 사업가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영국 사상 최대 규모의 가상화폐 압수 사례로 기록됐다.
● “투자하면 부자 된다”…암호화폐 투자 사기로 9조 원 세탁
11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 등에 따르면, 중국 출신 사업가 첸즈민(钱志敏, Zhimin Qian)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약 12만8000명의 투자자로부터 불법 자금을 모아 비트코인으로 세탁한 혐의로 징역 11년 8개월을 선고받았다.
첸 씨는 중국 톈진(天津)에서 전자제품 사업을 가장한 ‘블루 스카이(Blue Sky)’ 회사를 내세워 대규모 암호화폐 투자 사기를 벌였다. 그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 구조를 설계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또 런던 전경을 배경으로 한 홍보 영상 ‘브리튼 나이스 라이프(Britain Nice Life)’를 제작하고 “투자하면 부자가 된다”는 허위 문구를 내세워 투자자들을 속였다.
● 미얀마 거쳐 영국으로… 비트코인 들고 ‘호화 도피’
그는 2017년 7월 피해자들로부터 약 400억 위안(약 7조5000억 원) 을 가로챈 뒤 중국 당국의 추적을 피하기위해 미얀마로 도주했다. 이후 위조된 세인트키츠네비스 여권을 이용해 영국에 입국했으며, 당시 대부분의 자금은 이미 비트코인으로 전환된 상태였다.
첸 씨는 이후 런던·두바이·유럽 각지를 오가며 명품 구매, 부동산 거래, 고급 호텔 투숙 등 호화로운 도피 생활을 이어갔다.
● “비트코인 지갑이 깨어났다”… 6년 만에 붙잡힌 ‘가상화폐 여왕’
그러나 2018년 2400만 파운드(약 400억 원) 상당의 런던 저택을 매입하려다 ‘수상한 자금 거래 보고서(SAR)’가 접수되면서 경찰 수사가 본격화됐다.
같은 해 11월, 영국 경찰은 그녀의 렌트하우스와 금고를 압수 수색해 노트북과 지갑형 디지털 월렛에서 비트코인 6만1000여 개(약 9조 원)를 확보했다. 그러나 첸 씨는 현장을 빠져나가 체포를 피했다.
2024년 2월 오랫동안 비활성화돼 있던 비트코인 지갑이 재활성화되자 경찰은 위치를 추적해 같은 해 4월 영국 요크의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체포했다.
● “가상화폐 여왕의 종말”…피해자 환급 절차 착수
첸은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수년에 걸친 도피와 사기 행각, 그리고 비트코인 세탁으로 이어진 ‘가상화폐 여왕’의 호화 도피극은 막을 내렸다.
영국 사법당국은 압수된 6만1000여 개의 비트코인을 처분해 중국 내 피해자들에게 어느 정도 환급할지를 결정하기 위한 민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