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英미술관에 ‘AI그림’ 걸어놓은 예술가…“피해는 없었다”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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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작품 ‘빈 접시’. 그림을 보면 한눈에 AI임을 알아볼 수 있는 조악한 질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을 무단으로 전시한 일리아스 매로우는 이전에도 같은 행위를 유명 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브리스톨 미술관’에서도 실시한 바 있다. (출처=레딧 캡처)
문제가 된 작품 ‘빈 접시’. 그림을 보면 한눈에 AI임을 알아볼 수 있는 조악한 질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그림을 무단으로 전시한 일리아스 매로우는 이전에도 같은 행위를 유명 미술관 ‘테이트 모던’과 ‘브리스톨 미술관’에서도 실시한 바 있다. (출처=레딧 캡처)
영국의 국립미술관에 한 예술가가 AI로 만든 그림을 몰래 걸어놓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허가받지 않았지만 피해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미술관 측은 즉각 철거하며 “명백한 무단 전시”라고 반박했다.

10일(현지 시각)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자신을 ‘엘리아스 매로우(Elias Marrow)’로 소개한 한 예술가가 AI 생성 이미지를 활용한 작품 ‘빈 접시(Empty Plate)’를 웨일즈 카디프 국립박물관에 무단으로 설치했다.

● 명화 사이에 난데 없는 “AI 그림”?


‘빈 접시’는 교복을 입은 채 빈 접시를 들고 있는 10대 소년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으로, AI로 그려졌다. 이 작품을 최초로 발견한 방문객은 “조악한 AI 그림이 표시도 없이 걸려 있어 이상했다”며 “처음엔 행위예술인 줄 알았지만 곧 비정규(게릴라) 전시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박물관 직원에게 그림에 대해 물었지만, 직원들조차 작품의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이후 신고가 접수되자 박물관 측은 내부 조사에 착수해 곧바로 작품을 철거했다. 박물관 대변인 암기드바 큐므리는 “허가받지 않은 전시물이 갤러리에 설치됐다는 제보를 받고 곧바로 제거했다”고 밝혔다.

● 미술관 “즉시 철거”…작가는 “피해는 없었다”

매로우의 공식 홈페이지로 추정되는 웹사이. 이곳에서 그는 ‘빈 접시’ 작품을 “미술관 측에 기증했다(Gifted to Cardiff Museum)”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eliasmarrow.com 캡처)
매로우의 공식 홈페이지로 추정되는 웹사이. 이곳에서 그는 ‘빈 접시’ 작품을 “미술관 측에 기증했다(Gifted to Cardiff Museum)”고 명시하고 있다. (출처=eliasmarrow.com 캡처)
하지만 작가 매로우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카디프 박물관에 기증했다”며 “2025년 웨일스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행위를 한 이유에 대해선 “공공기관의 작품 전시 기준을 탐구하고 싶었다”면서 “허락을 구하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다”라고 변명했다.

AI 그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AI는 예술 도구의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그 능력을 제한하는 건 나의 신념에 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AI가 그림을 전부 그린 것은 아니다. 스케치를 내가 직접 하고 이미지를 AI로 완성했다”고 덧붙였다.

● “예술인가 오물인가”…AI 창작 두고 엇갈린 반응

영국 런던 남부의 유명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모습. (출처=뉴시스)
영국 런던 남부의 유명 현대미술관 ‘테이트 모던’의 모습. (출처=뉴시스)
매로우는 과거에도 브리스톨 미술관과 테이트 모던 등에서 허가받지 않은 무단 전시를 반복적으로 시도한 전력이 있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영국 미술계와 온라인상에서는 AI 예술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점화됐다.

작품을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누리꾼들은 “아주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거나 “AI 그림이라는 점에 사로잡혀 ‘아동 빈곤’ 메시지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비판론자들을 향해서는 “단순히 AI가 예술 도구가 됐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 비판 여론은 “AI 예술을 빌미로 예술의 권위를 조롱한 행위”라고 반박했다. “이것은 예술이 아닌 ‘AI 오물(Slop)’에 가깝다”, “AI로 조잡하게 만든 이미지를 예술이라 포장하는 것은 게으른 접근”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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