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룽미술관에서 자원봉사자가 작품의 먼지를 오염으로 착각해 닦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가의 의도가 훼손돼 복원이 어려운 상태다. ⓒ뉴시스
대만의 한 미술관에서 자원봉사자가 전시 작품의 ‘먼지’를 실제 오염으로 착각해 닦아내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먼지 낀 거울’은 이로 인해 복원이 어려운 상태로 훼손됐다. 작품은 인간의 변화와 시간의 흔적을 상징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형태를 잃었다.
● “더러워 보여 닦았는데”…자원봉사자 실수로 작품 손상
6일 대만중앙통신사(CNA)와 타이완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지룽시 지룽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 특별전 ‘우리는 곧 나다(We Are Me)’에서 문화관광국 소속 자원봉사자가 예술가 천쑹즈(陳松志)의 설치 작품 ‘먼지 묻은 거울’을 오염된 거울로 착각해 화장지로 닦았다.
이 작품은 낡은 거울과 나무판, 생활용품, 건축 자재를 조합해 만든 설치미술로, 거울 위의 먼지와 얼룩은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변화, 존재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그러나 자원봉사자가 이를 닦으면서 표면의 질감이 사라졌고, 작가가 의도한 표현이 무너졌다.
● “복원 쉽지 않다”… 예술계선 “실수의 흔적도 작품 일부”
현장 직원이 즉시 제지했지만, 이미 작품은 훼손된 뒤였다. 지룽시 문화관광국은 사건 직후 작가와 전시 기획팀에 공식 사과하고, 긴급 회의를 열어 복원 및 보상 방안을 논의했다.
청딩칭 문화관광국 부국장은 “현재 보험사와 보상 가능 여부를 협의 중이며, 앞으로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을 대상으로 예술 작품 보존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변호사는 현지 매체에 “먼지를 닦아낸 행위가 법적으로 ‘물리적 파손’으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보험금 지급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부 예술계 인사들은 “의도치 않은 실수도 결국 예술의 일부로 남길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이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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