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00~7000보, 치매 시계 7년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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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1월 4일 09시 45분


하버드 의대 연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노인은 하루 몇 천 보만 걸어도 인지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협력 비영리 병원 네트워크인 매스 제너럴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연구자들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에서 하루 3000~5000보를 걷는 사람은 3000보 미만으로 걸은 또래에 비해 인지 기능 저하가 평균 3년 늦었으며, 5000~7000보를 걸을 때 보호 효과가 가장 커 평균 7년 지연됐다고 보고했다.

운동과 치매의 관련성은 이미 잘 알려졌으며, 많은 신경과 전문의들은 신체 활동이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번 연구는 운동이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과 연관된 단백질(아밀로이드와 타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누가 운동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개요
연구진은 하버드 노화 뇌 연구(Harvard Aging Brain Study)에 참여한 50~90세 참가자 296명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평균 9.3년간 추적 관찰했다. 모든 참가자는 연구 시작 시점에서 인지 기능이 정상 상태였지만, 약 30%는 뇌에 상당한 양의 아밀로이드-베타(amyloid-beta) 단백질이 쌓여 있었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흔히 ‘플라크’(plaque)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발견되는 대표적 특징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50세의 약 10%, 90세의 약 44%가 인지기능 저하가 없더라도 이러한 플라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위험 인자 보유자 중 인지 저하로 이어지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규명하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걸음 수와 뇌 단백질 변화의 상관관계
연구 참가자들은 일주일 동안 허리 밴드형 만보계를 착용하고 하루 평균 걸음 수를 측정했으며, 매년 인지 기능 검사를 받았다. 또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을 통해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tau) 단백질 엉킴 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걸음 수는 아밀로이드 축적과는 큰 관련이 없었지만,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과 인지 기능 저하 속도에는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즉, 초기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높은 사람들 중에서는 걸음 수가 많을수록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과 인지 저하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루 3000보 이하: 9년 후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과 인지 기능 저하가 두드러짐
-하루 3000보 초과~5000보 이하: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과 인지 저하 모두 완화
-하루 5000보 초과 7000보 이하: 보호 효과 가장 커 인지 저하 약 7년 지연
-7500보 이상: 추가적인 이득 관찰되지 않음


연구진의 통계 모델링 결과, 운동이 인지 저하를 늦추는 효과의 대부분은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을 늦추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초기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낮은 사람들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이나 인지 기능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한 신체 활동과의 뚜렷한 연관성도 관찰되지 않았다.

운동이 뇌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이유
운동은 뇌의 혈류를 증가시켜 신경세포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고, 염증을 줄이며, 다양한 호르몬과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를 촉진하며, 독성 단백질 배출을 돕는 혈관 건강을 개선한다.
이러한 작용이 타우 단백질 엉킴 축적과 인지 저하를 늦추는 핵심 기전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의 조언
매스 제너럴 브리검 신경과학과 소속 인지 신경과학자이자 제1 저자인 와이잉 웬디 야우(Wai-Ying Wendy Yau) 박사는 “우리는 사람들이 신체 활동을 유지함으로써 뇌와 인지 건강을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라며 “모든 걸음이 중요하다. 일상에서 활동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지나면 습관과 건강에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38/s41591-025-039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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