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샤오미폰 선물에 “보안 되나” 시진핑 “백도어 있나 보라” 서로 농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3일 03시 00분


[한중 정상회담]
두 정상, 회담 이후 70분간 만찬 행사
李, 시진핑 맞농담에 손뼉치며 웃음… 한비자-최치원 구절 인용하며 교감
바둑광 習, 바둑판 선물받고 “참 좋다”
펑리위안엔 화장품… 習 “여성용 맞나”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한중 국빈만찬에 앞서 선물을 교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중국산 샤오미 스마트폰과 붓 벼루 등 문방사우 세트, 김혜경 여사를 위해 펑리위안 여사가 준비한 중국 찻잔 세트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시 소노캄 그랜드볼룸에서 한중 국빈만찬에 앞서 선물을 교환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시 주석이 이 대통령에게 선물한 중국산 샤오미 스마트폰과 붓 벼루 등 문방사우 세트, 김혜경 여사를 위해 펑리위안 여사가 준비한 중국 찻잔 세트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대통령실 제공
“통신 보안은 되나.”(이재명 대통령)

“뒷문(백도어)이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라.”(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1일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선물을 주고받는 친교 자리에서 시 주석이 이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한 중국산 스마트폰 샤오미 15 울트라 2대를 두고 이 같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백도어는 사용자 몰래 데이터를 빼낼 수 있도록 미리 뚫어 놓은 통로를 말한다. 이 대통령의 통신보안 농담에 시 주석이 웃으며 호응하자 이 대통령은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중국은 “샤오미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는 한국 제품”이라며 선물 이유를 설명했다.

● 李 바둑판-나전칠기 쟁반, 習 문방사우-샤오미 폰 선물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나란히 푸른빛 넥타이를 매고 이날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공식 환영식과 97분간의 정상회담에 이어 소노캄 호텔에서 70분간 국빈 만찬 행사를 열었다.

李의 ‘본비자 바둑판’ 선물
이재명 대통령이 바둑을 좋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최고급 본비자 바둑판 및 조각 받침대 세트’. 대통령실 제공
李의 ‘본비자 바둑판’ 선물 이재명 대통령이 바둑을 좋아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선물한 ‘최고급 본비자 바둑판 및 조각 받침대 세트’. 대통령실 제공
양 정상은 선물이 놓인 테이블을 둘러보며 서로의 선물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본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과 조각 받침대, 나전칠기 자개 원형쟁반을 선물로 건넸다. 이 대통령이 바둑알을 놓는 듯 바둑판을 치면서 소개하자 시 주석도 바둑판을 만져 보며 “정교하게 만들었다. 아주 좋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바둑을 좋아하는 시 주석의 선호를 고려했다”며 “본비자나무는 중국에서 인정하는 최고급 바둑판 소재로 깊은 색감과 맑은 음향, 탁월한 내구성을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를 위한 선물로는 은손잡이 탕관(물을 끓이는 용기)과 은잔 세트, 영양크림과 아이크림이 준비됐다. 시 주석이 화장품을 보고 “여성용이냐”고 농담하자 이 대통령이 웃었다.

시 주석은 이 대통령에게 옥으로 만든 붓과 벼루 등 문방사우 세트를 선물했다. 펑 여사는 이 대통령의 부인 김혜경 여사를 위해 중국 찻잔 세트를 준비했다.

● ‘나비’와 고전, 한시로 교감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만찬장에선 상대국 고전과 한시(漢詩) 구절을 읊으며 교감했다. 이 대통령은 ‘봉황이 날 수 있는 것은 깃털 하나의 가벼움 때문이 아니고, 천리마가 달릴 수 있는 것은 다리 하나의 힘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중국 고전 한비자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앞으로도 한국과 중국은 오랜 세월을 함께하며 상호 번영의 시너지를 발휘할 파트너임을 증명해 낼 것”이라고 했다.

시 주석은 당나라에서 유학한 신라 말 대학자인 고운 최치원의 ‘돛을 달아서 바다에 배 띄우니 긴 바람이 만리에 나아가네’ 구절을 인용하며 “오늘 중한(한중) 우호도 계속 생기와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의 건배사가 참 닮아 있다. 건배라고 말하면 건배 또는 ‘간베이’라고 답해달라”고 했다. 시 주석은 “중한 관계의 끊임없는 발전을 위해”라며 잔을 들었다. 만찬장에는 중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닭강정과 한국에서 인기를 모은 마라 소스로 만든 전복 요리 등이 올랐다. 이날 만찬에는 이창호 9단도 참석했다. 이 9단은 11년 전 시 주석의 방한 때도 국빈 만찬에 참석했는데 시 주석이 이 9단의 팬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폐막 후 이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받았다. 시 주석은 전날 환영 만찬 공연에 등장한 ‘로봇 나비’를 언급하면서 “어제 만찬 장소에서 나비가 날아다녔는데 참 아름다웠다”며 “이 대통령이 ‘내년에 나비를 이렇게 아름답게 날릴 것인가’라고 질문해 ‘여기 이 아름다운 나비가 선전까지 날아와 노래까지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나비는 APEC의 상징물로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중국 선전에서 열린다.

이 대통령은 내외신 대상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에게 ‘나비는 원래 조용히 나는데 이 나비는 소리가 난다. 내년엔 소리 나지 않는 진짜 나비를 만들어 날려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시 주석은 ‘노래하는 나비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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