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쇼츠처럼…

  • 동아일보

위즈덤하우스 ‘위픽’ 100번째 출간
“단편소설 한편으로 한권의 책”
표지엔 대표 문장 실어 MZ에 어필
독자-작가 진입장벽도 함께 낮춰

최근 100번째 책이 나온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여러 단편을 소설집으로 묶지 않고 단편 하나로 단행본을 내는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첫 책인 구병모 작가의 ‘파쇄’는 13쇄를 찍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최근 100번째 책이 나온 위즈덤하우스의 ‘위픽’ 시리즈. 여러 단편을 소설집으로 묶지 않고 단편 하나로 단행본을 내는 실험으로 주목받았다. 첫 책인 구병모 작가의 ‘파쇄’는 13쇄를 찍었다. 위즈덤하우스 제공
크기는 48절 수첩보다 가로로 살짝 긴 정도. 두께도 겨우 마흔 장 남짓. 지난달 22일 출간된 이미상 작가의 신작 단편소설 ‘셀붕이의 도’는 얼핏 소설책이란 느낌도 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분량의 단편이라면 7, 8편은 모아야 소설집으로 나오지만 해당 소설은 단 한 편만 갖고 한 권의 책으로 만들었다.

출판사 위즈덤하우스가 2022년 11월부터 시작한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이 약 3년 만인 지난달 22일 100번째 책인 ‘셀붕이의 도’를 펴냈다. 국내 출판계에서 이전에도 단편 시리즈 출간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위픽은 3년을 꾸준하게 이어 오며 단편 시리즈의 상업적 가치를 제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위픽은 특유의 격자무늬 표지에 소설의 대표적인 문장을 실어 MZ세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위즈덤하우스의 김소연 스토리팀장은 “요즘 독자들은 책을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여긴다”며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발췌해 문장 단위로 책을 소비하곤 한다. 대표 문장을 표지에 넣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위픽을 구매하는 독자들은 20대 여성 비율이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편 시리즈는 독자들의 진입 장벽은 물론이고 작가의 진입 장벽도 함께 낮췄다. 소설가가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내기 위해선 평균적으로 2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단편 하나로도 책을 내기에 부담이 덜하다. 그 때문에 논픽션 작가나 시인, 에세이스트 등도 소설 등단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위픽을 통해 첫 소설을 발표한 이들이 10명 가까이 된다. 지난달 16일 세상을 떠난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백세희 작가도 앞서 6월 위픽을 통해 단편소설 ‘바르셀로나의 유서’를 발표했다.

비교적 가벼운 행보로 책을 낼 수 있다 보니 다양성과 시의성도 갖출 수 있다. 매주 한 권꼴로 출간하며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것. 100권의 저자가 한 명도 겹치지 않을 정도로 참여 폭도 넓다. 김 팀장은 “여러 난관이 있었지만 끈질기게 오다 보니 독자들의 인정도 받은 것 같다”며 “독자의 외연이 넓어지면 문학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어떤 시도든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짧아도 한 권으로 완성되는 출판 포맷은 조금씩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교보문고 단편문학 시리즈 ‘달달북다’도 12권째를 맞았다. 다산북스 역시 9월에 소설 중·단편 시리즈인 ‘다소’를 런칭했다.

#단편소설#위픽#출판#MZ세대#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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