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도시 뉴욕 시장,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와 뉴욕 인근 뉴저지주 주지사 등을 뽑는 4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야당 민주당 소속 후보들을 위해 전국 곳곳을 돌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 11월 치러지는 중간선거보다 규모가 훨씬 작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지니고 있어 집권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사활을 걸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1일 버지니아주 노퍽, 뉴저지주 뉴어크를 누비며 각각 민주당 주지사 후보인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하원의원, 마이키 셰릴 하원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두 후보가 “올바른 일을 할 주지사”라고 강조했다. 버지니아주와 뉴저지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 그러나 최근 여러 선거에서 공화당이 추격하는 흐름이 굳어져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곳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미국과 미국 정치는 지금 꽤 어두운 곳에 있다”며 “백악관은 매일 무법, 심술궂음, 광기 등을 쏟아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뉴욕 시장 선거에 나선 민주당의 조란 맘다니 후보에게도 전화를 걸어 “승리 시 자문 역할을 맡겠다”고 약속했다. 인도계 무슬림인 맘다니 후보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무료 대중교통 이용과 주택 임대료 동결 같이 논란이 큰 정책을 강조해 민주당에서도 적잖은 우려를 받아 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 선언이 맘다니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지도 관심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후 사실상 당의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은 당 안팎에서 별다른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암투병 중이다. CNN은 “민주당이 대선에서 패하고 지도자도 없는 상황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다시 구심점 역할을 맡았다”고 평가했다. 여론조사회사 갤럽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지도는 59%로, 바이든 전 대통령(39%)보다 높다.
다만 8년 전 퇴임한 전직 대통령의 인기와 영향력에 기대는 현 상황이 민주당이 얼마나 어려운 처지에 몰렸는지를 보여 준다는 자조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에서 해리스 전 부통령을 열심히 지지했음에도 해리스 전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패했다. 정치매체 더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끌어낼 만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선거 후 지난달 1일부터 한 달 넘게 지속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사태가 끝날 지도 관심이다. 셧다운 장기화로 연방정부 공무원 등에 대한 급여 지급이 중단되면서 상당수 시민이 식품 무료 배급에 의존하는 등 고통을 겪고 있다. 다만, 선거 뒤엔 패배한 쪽이 지지율 하락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떤 형태로든 이번 선거가 셧다운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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