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 잘되는 난소암, 유전자검사·경구피임약으로 예방!” [건강 기상청 : 증상으로 본 질병]

  • 동아일보

[인터뷰] 남은지 연세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유전, 가족력 가장 큰 원인… 여러 암 중 가장 높은 수준”
“5년 생존율 타 여성 암보다 낮아, 3기 약 23%, 4기 약 14%”
“재발률 높은 암… 3기 이상 진행성 난소암 70~80% 재발”

남은지 연세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남은지 연세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 박해윤 기자
여성 암인 난소암은 조기 증상이 없어 발견되면 병기가 많이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가장 흔한 난소암인 ‘상피성난소암’의 경우, 암세포가 난소 바깥 표면에 생기기 때문에 뱃속의 다른 장기로 쉽게 전이된다. 더욱이 소화불량이나 더부룩함, 복통 같은 난소암의 대표적 증상들은 일상적 소화기장애로 오인되기 쉽다.

국가암정보센터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난소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65.8%로, 유방암(93.8%), 자궁경부암(79.9%) 등 다른 여성 암에 비해 낮은 편이다. 병기별로도 차이가 크다. 1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에 가깝지만, 3기 이상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14~40%대로 크게 떨어진다.

난소암 치료의 명의로 알려진 남은지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산부인과 교수(과장)를 만나 난소암의 증상과 원인, 치료·예방법에 대해 물었다.

50대 이상 폐경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
난소암은 어떤 암인가?

“난소는 여성의 골반 양쪽에 하나씩 있는 생식기관이다. 크기는 호두알 한 개 정도밖에 안 되지만, 여성호르몬을 만들고 매달 난자를 생성해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난소암은 난소에 생기는 악성종양을 말한다. 난소암 신규 환자는 2020년 2932명, 2022년 3263명으로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발생 여성 암 중 2.4%를 차지한다.”

난소암의 대표적 종류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우선 전체 난소암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상피성난소암은 난소의 가장 바깥쪽 표면에 생기는 암이다. 주로 50대 이상 폐경 후 여성에게서 발생한다. 그 외 난자를 만드는 세포에서 유래하는 ‘생식세포종양’과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난소 조직에 발생하는 ‘성기삭간질성종양’이 있다. 전자는 주로 10~20대 등 젊은 여성에게서 발견되고 항암 치료에 반응도 좋은 편이지만, 후자는 발생 자체가 드물다.”
난소암의 공통된 증상이 있다면?

“난소암은 뚜렷한 초기 증상이 없는 게 특징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 증상으로는 배에 가스가 차는 느낌(복부팽만), 소화불량, 더부룩함, 골반이나 아랫배 통증, 식사 후 빨리 배가 부른 느낌, 잦은 소변 등이 있다. 이런 증상들은 흔히 소화기 문제로 오인돼 방치되기 쉽다. 만약 이런 증상들이 수 주 이상 계속된다면 망설이지 말고 산부인과를 찾아야 한다.”

난소암의 원인은?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유전적 요인(특정 유전자변이)과 가족력이다. 전체 상피성난소암의 25~30%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이는 여러 암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거기에다 난소암 가족력까지 같이 있다면 난소암 발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그 외에 대표적 위험요인은 배란 횟수 증가와 관련된 것이다. 예를 들면 출산 경험이 없거나 이른 초경, 늦은 폐경 등이다.”


“가장 흔한 상피성난소암은 50~70대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평생의 배란 횟수와 관련이 있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임신이나 피임약 복용으로 배란이 멈춘 기간 없이, 평생에 걸쳐 배란이 계속 반복되면 난소 표면에 미세한 손상이 누적되고 이게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우선은 초음파검사, CT 촬영, 종양표지자 혈액검사를 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들만으로는 암을 의심할 수 있으나 확진할 수는 없다. 난소암 최종 확진은 수술을 통해 떼어낸 조직의 검사 후 가능하다.”

환자 특성 고려한 맞춤형 치료 중요


자궁과 난소의 위치. 사진 박해윤 기자
자궁과 난소의 위치. 사진 박해윤 기자
난소암은 다른 암보다 전이가 빠르다는데?

“그렇다. 난소는 복강(뱃속) 안에 떠 있는 장기인 탓에 암세포가 생기면 쉽게 떨어져 뱃속 전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런 까닭에 암이 발견되면 복강 내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3기 이상)가 많다. 발견되고 한두 달 후 복수가 급격히 차오른 사례도 적지 않다.”

난소암의 병기별 5년 상대생존율은?

“난소암의 병기는 암이 얼마나 전이됐는지를 기준으로 1기에서 4기로 나눈다. 1기는 암이 난소에만 국한된 경우이고, 2기는 골반 내 다른 장기(자궁, 나팔관 등)로 퍼진 경우다. 3기는 암이 복강 내로 퍼지거나 주변 림프절까지 전이된 경우, 4기는 간, 폐 등 자궁에서 먼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를 말한다. 5년 생존율은 병기별로 차이가 큰데, 초기인 1기(76~93%)와 2기(60~74%)는 비교적 괜찮지만, 진행성인 3기(약 23%)와 4기(약 14%)는 급격히 낮아진다.(국가암정보센터 2018~2022년 통계 기준) 세브란스병원 난소암 5년 생존율은 3기가 57.9%, 4기는 48.9%다.(세브란스병원 종양등록사업 25년 보고서, 2022년 출간)”

치료는 어떻게 하나?

“수술과 항암화학요법(항암 치료) 병행 치료가 기본이다. 이 2가지의 조합이 치료의 근간이 되고, 최신 표적치료제 등을 통한 신약 치료가 바이오마커 등에 따라 더해지는 게 현재까지의 표준 치료다. 눈에 보이는 모든 암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인 ‘종양감축술’은 암의 확진과 병기 설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수술 후 남아 있을지 모르는 미세 암세포들을 제거하기 위해 보통 6차례 정도의 항암 치료를 진행한다.”

최신 수술법이나 요법은?

“최신 수술법으로는 최소침습(절개)수술이 있는데, 초기 난소암의 경우 배에 작은 구멍 몇 개만 뚫고 수술하는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을 이용한다. 기존 개복수술에 비해 흉터가 작고 회복이 빨라 환자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이 외 많이 진행된 난소암 환자의 경우 선행항암화학요법 후 종양감축술을 한 다음 42℃로 가열된 항암제를 복강 안에 직접 넣어 순환시킴으로써 잔존 미세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복강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도 시행한다. 이 요법은 항암 치료 후 수술을 받는 환자의 생존율과 재발 방지 효과를 높인다고 보고돼 있다.”

신약 치료는 어떤가?

“과거에는 세포독성항암제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암세포의 특정 약점을 공략하는 다양한 신약들이 개발돼 치료 성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파프(PARP)억제제, 혈관신생억제제, 면역관문억제제, 항체-약물접합체(ADC) 등이 있다. 난소암 치료는 환자의 유전적 특성과 암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난소암, 자궁암과 달리 성생활 무관
치료 후 발생 가능한 부작용은?

“폐경 전 여성이 수술로 양쪽 난소를 모두 제거하면 갑작스러운 폐경으로 인해 안면홍조, 발한, 골다공증 등 갱년기 증상을 겪게 된다. 수술(종양감축술)과 관련한 합병증도 있을 수 있다. 항암 치료 중에는 탈모, 구역, 구토, 피로감, 손발 저림과 같은 전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난소암의 치료 후 재발률은?

“난소암은 재발률이 높은 암이다. 특히 3기 이상 진행성 난소암의 경우 70~80%의 환자에게서 재발한다. 재발 시는 환자 상태나 재발 시점 등을 고려해 항암 치료, 표적 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을 다시 시도한다.”

성생활과 난소암의 관련성은?

“성생활은 난소암의 발병이나 전이, 악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자궁경부암이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과 관련이 있는 것과 달리, 난소암은 성 접촉으로 전파되는 병이 아니다. 치료 후 몸이 회복되면 부부 관계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오히려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난소암 예방법이 있다면?

“완벽한 예방법은 없지만 위험을 줄일 방법은 있다. 경구피임약을 5년 이상 복용하면 난소암 발생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출산과 모유 수유 역시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특별히 난소암 예방에 효과가 입증된 음식은 없지만,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 운동은 모든 암 예방의 기본이다.”

난소암 예방에 유전자검사는 어떤가?

“만약 가까운 가족 중에 난소암이나 유방암, 췌장암, 젊은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본인도 난소암과 관련된 유전자변이를 가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유전자검사를 통해 미리 위험도를 파악하고, 예방적 난소·난관 절제술이나 경구피임약 복용 등과 같은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 암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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