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산모가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해 아기가 장애를 갖게된것에 대해 6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기사와 상관없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산모가 제왕절개를 요청했지만 의료진이 이를 거부해 아기가 장애를 갖게 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병원 측의 과실을 인정하고 6억 원대 배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의료진이 태아의 이상 징후를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재판부 “병원, 경과 관찰 소흘히 해…6억 2099만원 배상하라”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A 병원이 B 씨 부부와 아들 C 군에게 손해배상금 6억 209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보다 6172만 원이 늘어난 금액이다.
재판부는 “분만 과정에서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만한 이상 징후가 나타났음에도 의료진이 산모와 태아에 대한 경과 관찰을 소홀히 했다”며 “체위 변화나 산소 공급, 신속한 제왕절개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의료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 “제왕절개 해달라” 요청했지만 의료진 거부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B 씨는 경기도의 한 산부인과에서 난산이 이어지자 남편과 함께 의료진에게 두 차례 제왕절개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진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흡입기로 태아의 자세를 교정한 뒤 자연분만을 계속 시도했다.
결국 태어난 아들 C 군은 출생 직후 울음소리가 없었고, 자가호흡과 모로반사(신생아의 반사 운동)도 관찰되지 않았다. 얼굴과 전신에는 청색증이 나타났고, 곧바로 신생아집중치료실로 이송됐다.
● 출생 직후 뇌병변 장애 진단…“자연분만 강행이 원인”
C 군은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진단을 받았으며, 이듬해 뇌병변 장애 판정을 받았다.
B 씨 부부는 2020년 “의료진이 난산 상황에서 태아심박동수 측정 등 경과 관찰 의무를 소홀히 하고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강행해 자녀가 장애를 입었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 1·2심 모두 “의료과실 인정”…병원에 배상 명령
1·2심 재판부는 모두 “병원은 의료진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재호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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