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불기만 하면 된다”… 췌장암 조기 진단법 개발

  • 뉴시스(신문)

숨으로 췌장암 조기 진단하는 호흡검사 개발
호흡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 조합으로 판별
검사 후 3일 내 결과 알 수 있고 비용 저렴해

ⓒ뉴시스
췌장암을 ‘숨’으로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호흡 검사가 개발됐다. 영국 연구진이 만든 이 검사는 간단히 숨을 불어 넣는 것 만으로 췌장암 여부를 판별할 수 있어, 의료계에서는 “50년 만의 가장 큰 돌파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췌장암은 ‘조용한 살인자’로 불린다. 증상이 모호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단을 받아도 5년 생존율이 7%에 불과하다. 영국에서는 매년 10만 명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검사법은 음주측정기처럼 숨을 불면 되는 방식이다.

환자의 호흡 속에는 수천 가지 ‘휘발성 유기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이 포함되어 있는데, 췌장암이 생기면 이 분자들의 조합이 달라진다고 한다.

연구진은 이 독특한 분자 패턴을 인식해 암 여부를 판별하도록 장치를 설계했다. 검사 후 3일 이내에 결과를 받을 수 있고,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이 숨 검사는 현재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의 40개 병원에서 6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앞서 700명에게 시행한 소규모 실험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영국의 췌장암 전문 자선단체인 ‘췌장암 UK’는 이번 연구에 약 110만 파운드(약 20억원)을 지원했다.

‘췌장암 UK’의 다이애나 저프 최고경영자는 “숨 검사 기술은 췌장암 조기 진단의 판도를 바꿀 혁신”이라며, “이는 50년 만에 생명을 구할 가장 중요한 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상용화까지 몇 년이 걸리겠지만, 이번 연구는 수천 명의 환자에게 현실적인 희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이끄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조지 해나 교수는 “이번 숨 검사가 미진단 환자들에게서도 정확성을 입증한다면, 췌장암 진료 체계 전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췌장암 환자의 60% 이상이 4기에서야 발견되고, 진단 후 한 달 안에 20%가 사망한다. 일반 혈액검사로는 조기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숨 검사 기술이 상용화되면, 일반 의원에서도 쉽게 암을 판별할 수 있어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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