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머문 골목, 사람이 이어가는 이야기’를 주제로 한 ‘제3회 배다리축제’가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이틀간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 거리와 골목 일원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인천 동구청이 주관한 이번 축제는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불구하고, 배다리의 역사적 공간을 무대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길로 활기가 넘쳤다.
이번 축제는 ‘시민 참여형 축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지역 주민과 상인들이 기획의 중심이 되었다. 헌책방 거리와 배다리 일대 골목을 무대로 다양한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배다리 과거시험’은 이색적인 이벤트로 호응을 얻었다. 삼행시, 짧은 시, 재치 있는 문장으로 참여하는 창의적인 글쓰기 대회로 도포를 입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해 즐거움을 더했다.
주민들이 직접 무대에 오른 ‘배다리 패션쇼’는 축제 현장에서 가장 활발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49년 역사의 ‘박의상실’ 등이 위치한 배다리의 정체성을 담아낸 이 무대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부터 한복에 갓을 쓴 외국인까지 다양한 관람객이 어우러져 축제를 즐겼다. 창영당이 준비한 인형극 ‘배다리 성냥공장 이야기’ 역시 지역의 역사를 콘텐츠로 풀어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배다리 철로변 걷고 싶은 길’에서 열린 장터 ‘배다리 달시장’은 이번 축제가 ‘사람’을 잇는 축제임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백운역 인근에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참여한 상인부터 직접 재배한 사과대추를 홍보하는 상인까지 “당장 매상을 올리는 것보다 홍보와 사람을 만나는 재미로 참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금창맛집 배다리 푸드코너’는 금창동 새마을부녀회가 주관한 ‘일일맛집’으로 축제의 따뜻함을 더했다.
축제는 배다리 마을 전체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방문객들은 축제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배다리 성냥마을 박물관’, 1930년대 양조장을 개조한 ‘스페이스빔’, 체류형 예술 공간인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등 근대문화유산을 탐방했다.
특히 ‘스페이스빔’ 등 마을 거점 공간과 배다리 철교 하부에서는 흑백 사진으로 배다리의 과거를 되짚는 ‘장롱 속 배다리 사진전’과 지역 공방들이 참여한 배다리 15가지 공예 체험이 열려 방문객들에게 배다리의 예술적 감성을 전했다.
특설무대에서 저녁까지 이어진 공연은 쌀쌀해진 저녁 추위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어쿠스틱 듀오 ‘디에이드’, ‘경인고속도로’, ‘고행산 밴드’ 등의 무대에 이어, 현악 앙상블 ‘에이스트링’이 무대에 오르자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자리를 지켰다. ‘에이스트링’은 ‘기쿠지로의 여름’,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친숙한 OST를 연주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선사했다.
이외에도 이번 축제에서는 헌책방 토크쇼, 인형극 ‘배다리 성냥공장 이야기’, ‘배다리 과거시험’ 글쓰기 이벤트 등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든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번 축제는 ‘관객이 아닌 시민이 주인공이 되는 축제’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배다리 주민과 예술가, 책방이 함께 기획하고 참여한 프로그램들은 ‘책과 예술, 골목의 이야기’라는 세 가지 축을 완성하며 인천 로컬 문화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배다리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방문객들은 오는 12월 15일까지 계속되는 ‘동구 스탬프 투어‘를 통해 언제든 골목을 걸으며 배다리의 역사와 예술을 다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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