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뺏기고 게레로 잡았는데… 토론토 WS서 웃을까

  • 동아일보

2년전 오타니 영입 직전 다저스에 밀려
대신 게레로와 7150억원 14년 연장계약
25일 개막 월드시리즈 괴물 vs 괴물 주목

왼쪽부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왼쪽부터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가 또다시 토론토 팬들의 마음을 찢어놓을까. 아니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6·토론토)가 ‘오타니는 이제 잊어도 좋다’고 선언할 수 있을까. 다저스와 토론토가 맞붙는 2025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승제)는 웬만한 러브 스토리 이상의 서사를 품고 있다.

2023년 12월 9일은 토론토 구단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날로 꼽힌다. 당시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던 오타니가 토론토와 계약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와 당시 역대 최고액이던 10년 7억 달러(약 1조 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해 토론토를 충격에 빠뜨렸다.

오타니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토론토를 처음 찾은 지난해 4월 27일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오타니와의 계약이 얼마나 진척됐었나’라는 질문에 “오타니에게 미팅 날 가져간 우리 팀 모자나 돌려 달라고 전해 달라”며 웃었다.

오타니는 토론토와 입단 협상을 하던 중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에 있는 스프링캠프 시설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자 토론토 구단은 모든 선수와 직원에게 시설을 비우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회장까지 주차장에 나와 직접 오타니를 맞았다. 슈나이더 감독은 “대통령이 방문하는 수준이었다”고 회상했다.

라커룸에는 오타니의 취향에 맞춘 저지와 운동복, 액세서리가 가득했다. 오타니는 토론토 구단이 준비한 모든 선물을 챙겨 갔다. 오타니가 시설을 떠날 때 반려견 ‘데코이’는 토론토 저지를 입고 있었다. 토론토 구단 관계자들이 계약을 확신했던 이유다. 그러나 ‘쩐(錢)의 전쟁’에서 밀리며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토론토는 대신 프랜차이즈 스타 게레로 주니어와 5억 달러(약 7150억 원)에 14년 연장 계약을 맺었다. 토론토가 오타니를 영입했다면 쓸 수 없을 돈이었다. 게레로 주니어를 제외하면 오타니를 대신해 캐나다 유일의 MLB 구단 토론토 팬들의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선수도 없다. 게레로 주니어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아버지 블라디미르 게레로 시니어(50)가 몬트리올에서 뛸 때 태어나 캐나다 국적도 보유하고 있다.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AL) 챔피언결정전(CS)에서 시애틀에 2승 3패로 끌려가다가 안방에서 열린 6차전 승리로 승부를 최종 7차전까지 끌고 갔다. 게레로 주니어는 ‘7차전을 치를 준비가 되었나’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나는 태어날 때부터 준비가 됐다”는 말로 관중 4만4770명의 함성을 끌어냈다. 게레로 주니어는 7차전 승리와 함께 ALCS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뒤에는 “온 나라의 자랑이 되고 싶다.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다시 캐나다로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는 한국프로야구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들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 다저스에는 키움 출신인 내야수 김혜성(26), 32년 만에 월드시리즈에 오른 토론토에는 지난 시즌 KIA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왼손 투수 라우어(30)가 있다. 마지막 주인공을 가리는 올해 월드시리즈는 25일 오전 9시 토론토에서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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