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65)이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808억 원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4)에게 줘야 한다는 항소심의 판단을 대법원이 파기 환송했다. 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 원은 불법 뇌물로 보여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SK 주식을 비롯한 4조 원대 재산 형성 과정에 노 관장의 기여도를 더 낮게 잡고 재산 분할 금액을 다시 따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재산 분할과 관련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16일 돌려보냈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1년 3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항소심은 분할 대상인 재산이 총 4조115억1200만 원이고 이 중에서 35%가 노 관장 몫이라고 판단했다. 노 전 대통령이 최종현 SK 선대회장에게 300억 원의 자금을 줬고, 이 돈이 SK(당시 선경) 경영 활동에 쓰였다는 노 관장의 주장을 받아들인 게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의 행위는 법적 보호 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 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항소심의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본 것이다.
2018년 2월 시작된 이혼 소송은 서울고법 가사부로 넘어가 재산 분할과 관련해 4번째 판단을 받게 됐다. 대법원이 노 관장의 기여도와 재산 분할 규모를 크게 축소함에 따라 노 관장에게 돌아갈 재산은 1심(665억 원), 2심(1조3808억 원)에 이어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수천억 원대로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대법원은 항소심의 위자료 20억 원은 그대로 확정했다.
판결 직후 최 회장 측 대리인은 “항소심 판결에서의 여러 가지 법리 오해나 사실 오인 등 잘못이 시정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 관장 측 대리인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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