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서 2-0 승리
손흥민, 브라질전 이어 두 경기 연속 침묵
“감독님과 전반만 뛰기로 얘기…컨디션은 항상 풀타임”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 2-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손흥민이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5.10.14.[서울=뉴시스]
축구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로스앤젤레스FC·LAFC)이 홍명보 감독의 스리백 전술에 힘을 실었다.
손흥민은 지난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10월 A매치 이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포메이션으로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리백의 장점이 포백의 단점이 될 수도, 스리백의 단점이 포백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중미 월드컵) 최종 예선에선 포백으로 하다가 동아시안컵부터 차근차근 스리백을 준비하고 있다. 팀으로서 여러 포메이션을 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한 가지 포메이션을 입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소속팀에서는 매일 훈련을 같이하지만, 대표팀에선 짧은 시간 안에 입혀야 되기 때문에 많은 대화와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도 서서히 맞춰가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전반 15분 엄지성(스완지) 선제골과 후반 30분 오현규(헹크) 추가골에 힘입어 파라과이를 2-0으로 제압했다.
선발로 출격한 손흥민은 엄지성, 이동경(김천)과 함께 스리톱을 구성했다.
손흥민은 브라질전(0-5 패) 참패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골 사냥에 나섰지만 끝내 침묵했다.
파라과이는 라인을 깊게 내리고 수비에 집중해 ‘손톱(Son-Top)’을 저지했다.
손흥민은 두 경기 연속 골망을 가르지 못한 채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현규와 교체됐다.
올여름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입성 후 리그 9경기 8골(3도움)을 터뜨리며 맹활약하던 손흥민이기에 더욱 아쉬운 활약상이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사실 (브라질전처럼) 크게 지고 나면 선수들이 되게 위축되고 경기하면서 많은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잡는 모습을 보면서 주장으로서 팀원들한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팀이 어떻게 됐든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을 했다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브라질전 출전으로 ‘한국 남자 A매치 최다 출전 단독 1위(137경기 돌파)’에 올랐던 손흥민은 이날 킥오프에 앞서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136경기)으로부터 따뜻한 축하를 받았다.
손흥민은 “항상 어릴 때부터 많은 얘기를 듣고 우러러봤던 분이신데, 경기장에서 좋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큰 영광이다. 또 한국 축구계의 영웅으로서 한 곳에서 축하를 받을 수 있어 너무나도 기쁘게 생각한다. 먼 길 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45분간 활발히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끝내 침묵했던 경기에 대해선 “파라과이 선수들이 수비를 두껍게 하면서 공간으로 받기 어려웠다. 브라질전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소집 때 그런 부분을 많이 느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어떻게 움직여야 볼을 더 많이 받고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매번 상대가 다르지 않나. 축구라는 스포츠가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한 경기 한 경기를 치르면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선수로서 발전할 좋은 기회”라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자신을 대신해 투입된 오현규의 쐐기골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전반에 뛰고 후반에 밖에서 지켜보면서, 모든 선수가 한 가지 목표를 갖고 결과를 만들어내려고 해서 경기를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되게 뿌듯하다. 앞으로도 더 잘해줬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른 시간 교체 아웃과 관련해선 “오늘 같은 경우 감독님께서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 나는 항상 풀타임을 뛸 수 있는 좋은 컨디션을 갖고 있다. 아직 시즌을 치르고 있고, (소속팀에) 돌아가면 중요한 경기들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 같다. 감독님께서 미리 얘기만 하시면 크게 문제 될 건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늘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의 대기록 달성을 위해 특별 행사까지 기획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은 2만2206명이 방문해 적막감이 감돌았다.
손흥민은 “낯설기보단, 오신 팬들한테 감사한 마음을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다. 재밌는 축구를 하면 분명 경기장에 오실 거라고 생각한다. 또 오늘은 상황이 특별했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전은) 추석 연휴가 겹쳐 오랫동안 쉬시다가, 일상생활로 복귀하시면서 그쪽에 더 신경 쓰신 것 같다. 우리한테는 가끔 있는 부분들이고,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경기장에서 잘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넘겼다.
올여름 MLS에 입성한 손흥민은 북중미 월드컵 개최지를 누비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손흥민은 동료들에게 건넬 조언으로 “일단은 내가 있는 곳은 상당히 덥다. 잔디 같은 부분도 나 역시 적응하고 있다. 한국 잔디랑은 조금 다르다. 여름 월드컵이다 보니 상당히 더울 것이다. 그런 부분을 미리 준비하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클럽월드컵을 뛰어본 선수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월드컵 기간에 맞춰서 현지 적응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10월 A매치 기간 손흥민 소속팀 LAFC는 오스틴FC와의 정규리그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배해 6연승에 마침표를 찍었다.
손흥민은 “아쉬웠다. 사실 여기 있으면 소속팀이 신경 쓰이고, 소속팀에 있으면 대표팀이 신경 쓰인다. 어떻게 보면 핵심 선수들이 다 대표팀에 빠졌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에서 책임감을 갖고 했다는 것 자체가 되게 고맙다”며 “서부 콘퍼런스에서 우승할 수는 없게 됐지만, 아직 중요한 (플레이오프인) MLS컵이 남아 있기 때문에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우승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각오했다.
북중미 월드컵까지 보완할 점에 대해선 “이제는 디테일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강팀을 상대했을 때 어떻게 좀 더 과감하고 거칠게 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지난 브라진전을 생각하면, 우리가 상대를 너무 많이 존중한 게 경기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선수들한테도 얘기했다시피 맞아봐야 어떻게 맞아야 안 아픈지 알기 때문에, 맞더라도 덜 아프게 맞고 한 번씩은 때릴 수 있는 걸 신경 써서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흥민은 “축구를 하고 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단 한 번도 내 위치에 불평불만 없이 행복하게 축구하고 있다. ‘행복 축구’ 하시면서 다들 걱정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축구 인생을 살아오면서 매일매일 행복하게 축구하고 있다”며 10월 A매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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