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고보결 “대기만성? 나만의 속도와 방향을 믿었죠”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22일 08시 00분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엄마 역할을 연기하며 2011년 데뷔 이후 첫 주연 자리를 꿰찬 고보결.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이미 꿈에 도달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서 엄마 역할을 연기하며 2011년 데뷔 이후 첫 주연 자리를 꿰찬 고보결. “꿈을 향해 가는 길이 이미 꿈에 도달한 것”이라는 믿음으로 뚜벅뚜벅 나아가고 있다.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 tvN ‘하이바이, 마마!’로 데뷔 9년만에 주인공 꿈 이룬 고보결

조용하고 차분? 사실은 허당!
극중 술 취한 모습도 나의 내면
그림·스쿠버다이빙·탭댄스 등
모험 즐기며 경험 쌓는 걸 즐겨


연기자 고보결(32·고우리)은 ‘대기만성’형이다. 2011년 데뷔 이후 9년 동안 또래 연기자들이 안방극장의 주역으로, 스크린의 ‘라이징 스타’로 주목 받는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초조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며 웃었다. 자신만의 속도와 방향이 있다고 확신하고 걸어가는 지금이야말로 “이미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19일 종영한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를 통해 확신에 찬 ‘행복의 순간’을 다시 한번 맛봤다. 이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친구 역이 아니라 당당한 여주인공으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2018년 tvN 드라마 ‘마더’의 대사로 자신의 일(연기)에 대한 신념을 대신 표현했다.

“극중 ‘새들이 이집트를 향해 날기 시작하면 그들은 이미 이집트에 있다’는 대사가 있어요. 저를 향한 말 같았습니다. 꿈을 향해 가는 길만으로도 전 이미 꿈에 도달한 거죠.”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오른쪽 끝). 사진제공|tvN
tvN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에 출연한 배우 고보결(오른쪽 끝). 사진제공|tvN

● “9년 만의 주인공, ‘럭키’한 걸요?”

드라마 촬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기의 한복판에서 이루어졌다.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보결의 첫 마디도 “마스크 너머로 인사해 아쉽기만 하다”였다. 힘든 시기를 함께 한 만큼 또 다른 주인공인 김태희, 이규형 등 출연진과 유제원 PD 등 제작진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특히 극중 이규형의 딸을 키우는 ‘새 엄마’ 역할을 소화하는 데에 아이를 두고 세상을 떠난 엄마 역의 김태희가 힘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님을 만났을 때 처음 한 말도 ‘제가 엄마 역할을 해본 적이 없는데 괜찮을까요?’였어요. 감독님이 ‘서툴지만 엄마가 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는 캐릭터인데 지금의 고보결과도 일치한다’고 말하셨어요. 그에 용기를 얻었죠. (김)태희 선배님은 그런 제게 ‘엄마’의 표본이었어요. 실제로 두 딸을 둔 엄마이시잖아요. 아이를 안는 것부터가 다르더라고요.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는 그에게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데뷔 9년 만에 첫 주연으로 이름을 올린 장편드라마다. 그는 “언제 ‘꽃’을 피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면서 “(주연 자리가)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럭키’한 편”이라고 말했다.

“선배님들은 제게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다’고 해요.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니까요. 저도 ‘럭키’하다고 생각해요. 천천히, 오랫동안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어요. 꽃을 피우기까지 과정과 노력은 제가 지향하는 지점이자 즐거움 자체죠. 이렇게 가다보면 언젠가는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배우 고보결.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배우 고보결.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 “‘송혜교 닮은꼴’? 아유, 민망해!”

촉촉한 눈가와 차분해 보이는 인상으로 간혹 듣는 “조용한 성격일 것 같다”는 말은 고보결이 꼽는 “깨야 할 편견 1순위”이다. 실제로는 “‘허당’이라 물건도 잘 잃어버려 친구들도 자주 놀린다”고 한다.

최근 누리꾼들이 붙여준 ‘송혜교 닮은꼴’이란 별명에 “아유, 민망해요. 감히 제가!”라고 소리치곤 얼굴을 붉힌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는 쾌활하고 말도 많아요. ‘하이바이, 마마!’에서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는 장면이 있어요. 그걸 본 김태희, 신동미 언니가 ‘그게 진짜 너구나’라며 웃더라고요. 들켰다 싶었죠.(웃음) 때로는 연기자로서 모습에만 갇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러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죠.”

연기를 하지 않을 때 그는 “경험이 최고”라고 외치는 호기심 많은 ‘모험가’다. 스무 살 무렵 미술관을 찾아다니면서 그림에 관심을 두다 1년 전부터는 직접 그리기 시작했다.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고, 스쿠버다이빙을 비롯해 탭댄스, 필라테스, 차차차 댄스 등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다.

“연기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직업 특성상 그러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찾아 무언가를 직접 해보곤 해요. 어떤 것에 몰입하다 보면 문을 열고 그 세계에 발을 들이는 느낌이 드는데, 그 순간 얻는 것들이 분명 있거든요. 이 재료들이 언젠가 제 연기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해요.”

“차기작이요? 장르물, 멜로, 액션물, 코믹…. 전부 다 환영해요. 연기 욕심이 많은 편이에요. 다양한 빛깔로 빛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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