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100년, 최고의 작품 ‘왕의 남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18일 06시 57분


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 사진제공|시네마서비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한국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그로부터 3년 뒤 이재용 감독은 배용준·전도연·이미숙 등과 손잡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또 다시 3년의 시간이 지나 아직 ‘중량의 신인급’으로 인식된 이준익 감독은 ‘황산벌’에 이어 또 한 편의 사극을 선보이며 앞선 ‘웰메이드 한국 사극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왕의 남자’. 2005년 연말 개봉해 1051만여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불러 모으며 2003년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기록을 썼다. 이 수치는 영화가 지닌 이야기의 힘을 그대로 입증한 것이었음은 물론 당대 흥행 코드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음으로써 신선한 기획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영화는 조선 연산군 시대에 비극적 운명을 살다 간 두 광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연극 ‘이 爾’를 원작 삼아 이를 재구성한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궁궐에 불려 들어가 권력 암투에 휘말린 광대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를 통해 비열하고도 비극적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춰냈다. 그 속에는 어미 잃은 채 폭력적 군주가 된 연산의 설움이 스몄고, 영화는 녹수라는 간교한 여인의 욕망까지 얹어 공길과 장생이 상징하는 힘없어 천한 신분과 민중의 고통스런 삶을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하며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당시 티켓 파워 면에서는 약해 보였던 감우성과 아직 신인에 불과했던 이준기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력을 예감한 이는 많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로서는 아직 낯설기만 했던 동성애 코드를 녹여내 우려마저 자아냈다. 하지만 영화는 이야기와 기획력의 힘으로 이를 넘어섰다. 김광현 영화사 하늘 대표는 “캐스팅이나 제작비에 치중하지 않고, 드라마에 집중하며 영화적 본질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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