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경환 “사람들이 날 보고 내한했대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5월 30일 06시 57분


tvN ‘현지에서 먹힐까?’ ‘짠내투어’ 등 여행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용을 써온 성과”를 맛보고 있는 개그맨 
허경환. MBC ‘호구의 연애’로 “연애세포”를 되살리며 사랑을 꿈꾸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tvN ‘현지에서 먹힐까?’ ‘짠내투어’ 등 여행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10년 동안 “용을 써온 성과”를 맛보고 있는 개그맨 허경환. MBC ‘호구의 연애’로 “연애세포”를 되살리며 사랑을 꿈꾸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여행 예능의 블루칩' 허경환이 사는 재미있는 인생

무턱대고 튀려 하면 모두에 손해
나를 왜 섭외했는지 아는 게 중요
요즘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부활


2004년 대학교 1학년생이었던 개그맨 허경환(38)은 학교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그의 여권에 입국 스탬프가 찍힌 첫 번째 나라이다. 당시 그는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무서워” 관광은 꿈도 꾸지 못했다. 20일 넘게 지내면서도 매일 같은 길만 걸었다. 유일한 즐거움은 “호텔에서 마시는 맥주”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눈 감고도 일본에 갈 수 있을 만큼” 외국길이 두렵지 않다. 주변에서 “내한했다”고 농담할 정도로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덕분이다. 28일 서울 충정로 스포츠동아 편집국을 찾은 그는 “지난해에는 석 달 동안 해외에서 생활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기까지 보내온 세월 속에서 그는 많은 고민을 쌓아 왔다.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미남 개그맨’으로 주목 받은 그는 서른 살을 맞은 2011년 겨울, 서울 여의도동 KBS ‘개그콘서트’ 작가실이 있는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갔다. 하늘을 바라보며 “과연 10년 뒤에도 활동할 수 있을까” 미래를 고민했다. 그는 현재 MBC ‘호구의 연애’와 tvN ‘현지에서 먹힐까?’ ‘짠내투어’ 등에 출연하며 예능계를 장악하고 있다.

“2∼3년 전인가, 어느 순간부터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났다. 이후 편안하게 방송에 임하게 됐다. 예능프로그램 중에서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에는 답이 없다. 주눅 들지 않고, 눈치 보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몸에서 힘이 빠졌다.”

개그맨 허경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개그맨 허경환.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허경환은 “무턱대고 자신만 튀어 보이려는 모습은 프로그램은 물론 출연자에게도 해만 끼칠 뿐”이라며 “제작진이 나를 왜 섭외했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참여했을 때 모두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배움으로 이제는 “녹화 망친 날” 집에 돌아와 2시간 동안 좌절하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인생의 3분의1을 연예계에서 보냈다. 지난 10년 동안 자리를 잡기 위해, 방송이 끊이지 않으려고 용 써온 결과가 지금 나타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활동하시는 선배들을 보면 다 이유가 있다. 큰 일 일으키지 않고 길고 가늘게 이곳에서 선배들과 오래 지내고 싶다.”

선배들처럼 나이를 먹어가면서 허경환도 어느새 마흔 살을 앞두고 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 결혼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호구의 연애’에 출연하면서 “죽어있던 연애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고 있다.

“저와 똑같이 생긴 아이와 함께 길을 걸어 다니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미래의 신부는 좋을 것이다. 제가 나이에 비해 건강하고. 하하! 음식 만들어주는 걸 좋아한다. 또 축 쳐져 있는 걸 싫어해 집에 있을 때는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바쁘게 움직인다. 가장 중요한 건 쓸데없는 데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거다. 하하!”

● 허경환

▲ 1981년 2월16일생
▲ 2006년 부산예술대 이벤트연출과 졸업
▲ 2007년 KBS 22기 공채 개그맨
▲ 2009년 대한민국문화연예대상 개그맨 우수상·2009년 KBS 연예대상 코미디 신인상
▲ 2016년 MBC 방송연예대상 버라이어티부문 우수상
▲ 예능프로그램 ‘호구의 연애’ ‘현지에서 먹힐까?’ ‘짠내투어’ 등 출연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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