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꿈없이 살것…불만·분노가 내 원동력” 서울대 졸업식 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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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6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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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News1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제73회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 News1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수장 방시혁이 모교인 서울대학교 졸업식에서 후배들에 “꿈 대신 분노로 여기까지 왔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는 제73회 전기 학위수여식이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미학과 91학번으로 세계적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을 탄생시킨 음악 프로듀서 방시혁은 졸업생들에 축사를 하기 위해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는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방 대표에게 직접 부탁해 성사됐다.

방시혁은 축사에서 “총장님의 축사 제안을 덜컥 수락해 버렸지만 사실 이 자리에 서기까지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오늘은 최대한 솔직한 제 이야기를 해보려 하고 제 삶의 여정 중 여러분과 맞닿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방시혁은 어떤 꿈도 없이 법대 진학을 생각하다 미학과에 진학했다고 전했다. 이후 음악 프로듀서가 됐고 박진영과 함께 JYP라는 회사를 창업한 뒤 독립, 지금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방탄소년단을 키웠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따라 선택했던 것 같다”며 “요즘 저와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행보를 보면 이런 말이 믿기지 않으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방시혁은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고,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다”며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고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 전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다”고 말했다.

방시혁은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된다”고 전했다.

방시혁은 “저는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다”며 “납득할 수 없는 현실, 저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고 제가 멈출 수 없는 이유니, 많은 분들께 위로와 행복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제 꿈이 아니라 제 불만이 시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며 “저는 앞으로도 꿈 없이 살 것이고 알 지 못하는 미래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시간을 쓸 바에 지금 주어진 납득할 수 없는 문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방시혁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음악 산업이 처한 수많은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매진할 것이며 방탄소년단은 아시아 밴드, 혹은 K팝 밴드의 태생적 한계라고 여겨지는 벽을 넘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할 것”이라며 “저 역시 이런 일을 수행하는 데 부끄럽지 않게 끊임 없이 반성하고 제 자신을 갈고 닦겠다”고 강조했다.

방시혁은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저는 제 묘비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고 적히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식이 통하고 음악 콘텐츠와 그 소비자가 정당한 평가를 받는 그날까지 저 또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갈 것”이라며 “격하게 분노하고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면서 말이다”라며 졸업생들의 졸업을 다시 한 번 축하하며 말을 맺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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