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SKY캐슬’ 인기, 내 인생에 이런 기회 또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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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일 0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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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엔터테인먼트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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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도 배우 생활 25년간 드라마의 이 같은 뜨거운 인기를 실감한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1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SKY캐슬’은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배우들도 이전에 본 적 없던 가파른, 드라마틱한 시청률 상승세에 깜짝 놀랄 만큼, ‘SKY캐슬’은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준호는 극 중 한서진(염정아 분)의 남편이자, 주남대학병원 정형외과 강준상 교수 역으로 활약했다. 학창시절 내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고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의대 졸업까지,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강준상이었지만 첫사랑의 딸인 김혜나(김보라 분)의 등장과 그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병원장 목표만 보고 달려온 자신의 지난 삶을 후회하게 됐다.

정준호는 드라마와 캐릭터의 인기에 배우로서 자신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는 계기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에 많은 사랑을 받고 하다 보니까 연기자는 연기자로서 평가받고 연기자로서 사랑받을 때 행복하구나 싶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앞으로 정준호는 “배우로서 더 평가 받고 싶다”면서 “연기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준호와 만났다.

- ‘SKY캐슬’ 마지막 촬영은 어땠나.


▶ 마지막 촬영에서 염정아씨 등 가족들과 함께 나오는 신을 찍었다. ‘컷’ 하는데 염정아씨가 눈물 글썽글썽하면서 하늘을 쳐다보더라. ‘드디어 끝났구나’ 싶은 마음도 있고, 이렇게 많은 관심 속에 끝날 수 있어 모두가 감사했던 것 같다. 촬영장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셨더라. 드라마 인기는 거기서 실감했다. 25년 가까이 연기를 했지만 10대부터 어른들까지 열광한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앞으로 내 인생에 그런 기회가 또 올까 싶었다.

- ‘SKY캐슬’ 종영 소감은.

▶ 계속 뭔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나니 뭔가 공허함이 몰려왔다.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싶더라. 이렇게 큰 관심과 사랑 속에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게 몇 개월을 보내 왔는데 뭘 하고 살아야 하나 싶다. 정말 촬영 내내 보람이 있었고, 세대를 초월해서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드라마에 출연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꼈다.

- ‘SKY캐슬’ 시청률 상승 비결은 무엇인 것 같나.

▶ 거창하게 얘기하자면 한국 사람들의 국민성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저를 포함한 한국 사람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뭔가 이룬 사람에 대한, 칭찬과 응원이 증폭적으로 커지는 게 있다. ‘저건 당연히 잘 될 거야’ 싶은 작품도 아니었고 제작비도 많이 들이고 한류스타들도 나오는 게 아니다 보니 기대가 컸던 작품이 아니었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 시청률이 그렇게까지 상승할 수 있었던 건 시청자 분들이 ‘이런 게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운을 주셔서다. 굳이 대작이 아니고 드림팀이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위해서 한마음을 모아주신 것도 같다. 정말 내가 봐도 이렇게 만화 같은 일이, 극적인 드라마가 있을 수 있을까 싶더라.

- 작품 면에서 어떤 점이 시청자들의 응원을 끌어낼 수 있었을까.

▶ 우선 대본과 연출, 연기 3박자가 잘 맞았다. 좌고우면 하지 않고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작가님은 사전에 충분한 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얘기를 쓰셨고, 감독님도 오랜 시간 워밍업을 많이 했다. 드라마라는 게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방향으로 갈 수도 있는데 우린 깃발을 꽂고 정확하게 거기만 보고 달려갔다. 배우들도 캐릭터를 빨리 잡았고 우왕좌왕 않고 달려가다 보니 드라마도 스피디 하게 진행 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기대심리를 먼저 앞서면서 더 인기를 끌 수 있던 게 아닌가 싶다. 요즘엔 콘텐츠가 워낙 다양하고 접근이 쉽다 보니 웬만한 시청자 분들이 작가고 감독이다. 너무 많은 드라마 콘텐츠를 접했기 때문에 시청자 기호도 빨리 변한다. 읽히는 연기, 드라마가 중요해진 만큼, ‘SKY캐슬’은 하고자 하는 얘기를 정곡을 찌르면서 갔다. 그래서 더더욱 증폭된 힘이 커졌다고 본다.

- 사교육이라는 소재를 다룬 드라마가 많았지만 ‘SKY캐슬’의 어떤 점이 시청자들에게 더욱 공감을 얻었다고 보나.

▶ 그동안 이런 사교육 소재를 갖고 해온 드라마가 있었을 텐데 더 적나라한 부분이 있었다. 오랜 시간 단단해져온 불합리한 시스템 속에서 내 자식만 잘 하면 되는 부모들의 모습이 더 공감을 얻지 않았나 한다. 결국 우리는 과정 보다 결과를 놓고 평가한다. 자식이 예의가 없고 인성에 문제가 있어도, 서울대 가거나 명문대 갔다고 칭찬한다. 결국 이 드라마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상류사회의 전문직종의, 존경받는 지성인들이 저렇게 교육에 매달렸고, 그게 인생에 가장 큰 목표인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공감을 얻게 된 것 같다.

- 실제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인가.

▶ 아이 엄마가 교육에 대해 관심 많이 갖고 있다. 과거 ‘뽀뽀뽀’를 진행하기도 했고, 평소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교육은 전적으로 엄마에게 맡겨뒀다.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자녀들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만 네 아이’라고 하더라. ‘되도록이면 스킨십 많이 하라’고 해서 아이가 4~5세 됐을 때는 구연동화 책 읽어주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내가 연기자니까 좀 더 잘 할 수 있다.(웃음) 그런 걸 해주다 보니까 아이도 책 들고와서 잘 때 책 읽어달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서로 급속도로 친해지더라. 이전에는 엄마 위주로 교육을 해왔다면 이젠 그런 시간을 일부러라도 많이 갖고 스킨십을 많이 하려고 한다.

- ‘SKY캐슬’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전개는.

▶ 아무래도 김혜나(김보라 분)가 강준상의 딸이라는 전개일 것 같다. 그건 강준상 인생에 예상하지 못했던 핵폭탄이었다. 엘리트코스를 밟으며 남부럽지 않은 높은 위치까지 올라왔다가 난데없이 첫사랑 딸이 나타난다. 그 충격이 가장 크게 왔을 거다. 불현듯 딸이라고 나타난 존재 때문에 감정 변화가 가장 크게, 격하게 왔다. 극 중에서도 김혜나가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강준상의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데 실제로 감정 연기를 하는 데 있어 한 장면, 한 장면이 정말 힘들더라.

- ‘SKY캐슬’에서 강준상의 개과천선이 가장 극적인 변화이기도 했다.

▶ 이 드라마엔 여러가지 교훈이 있지만 나이 50세가 돼서도 엄마 품에서만 살았던, 어린 애 같은 강준상의 모습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딸이라는 아이가 죽음까지 간 상황에서도 엄마를 찾아가서 대들고 그동안 하라는 거 다 하면서 살았는데 날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하지 않나. 그 부분에 있어서도 연기하는 입장에서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강준상이 그걸 따지는 장소가 호텔 카페인데, 공공장소도 구분 못하고 어머니께 카페에서 난동을 피울까 싶었다. 작가님이 강준상은 이런 것조차 구분을 못하는 인물이라고 하더라. 촉망받는 대학병원 의사인데 그 타이틀에 부합하지 못하는 한 사람의 모습이라고 하더라. 그런 장면들을 통해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같다.

- ‘SKY캐슬’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 ‘나 엄마 아들이잖아요’라면서 우는 장면이 기억난다. 명문대를 가든, 좋은 회사에 취직을 못했든 잘났든 못났든 사회서 인정을 받든 못 받는 내 아들인 건데. 못나도 내 아들, 잘나도 내 아들이어야 하는데, 아이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랑도 듬뿍 받고 자신감도 얻어야 뭐든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다. 이제까지 저도 돌이켜보면 하고 싶어서 한 일도 있지만 장손이고 장남이라 부모님 위신 세워드릴 일을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 것 같고, 부모님도 큰 아들만 물심양면 뒷바라지 하신 것 같더라. 내가 좋아하는 직업, 일 보다 효도할 수 있는 일, 주변 사람들한테 부모님 돋보이게 하는 일, 그런 거에 많이 빠져서 사는 것도 많더라. 그런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부모가 내 인생을 대신 살수 없고 좌지우지 할 수 없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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