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지암 흥행돌풍 ‘유튜브 세대의 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4월 3일 06시 57분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페이크 다큐 형식 1020 취향 저격
140만명 돌파…공포영화 부활 조짐


공포영화 ‘곤지암’이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세대’로 불리는 10∼20대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역대 3월 극장 개봉 한국영화 흥행 신기록까지 세웠다.

‘곤지암’(감독 정범식·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3월28일 개봉 첫날 26만 관객을 시작으로 주말 동안 1000여 개 스크린에서 상영해 98만 명을 동원했다. 2일엔 누적관객 140만 명을 넘어섰다. 극장가 비수기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시키는 동시에 한동안 주춤했던 한국 공포영화의 부활까지 알리고 있다.

‘곤지암’ 흥행의 주축은 1020세대다. 개봉 첫날 10∼20대 비중이 전체 관객 가운데 72.7%(CGV리서치센터)로 나타났다. 압도적인 점유율이다. 개봉 2주째에 접어들어서도 비슷하다. 2일 오전 11시 현재 연령별 예매 분포에서도 20대가 55.4%(CGV 기준)로 절반을 넘는다.

공포영화가 대개 젊은 층에 어필하지만, ‘곤지암’은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배급사와 제작진은 이를 ‘유튜브 세대의 효과’로 보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를 통해 새로우면서도 기발한 영상을 즐기는 것은 물론 직접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공유하는 유튜브 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설명이다.

‘곤지암’ 마케팅을 담당하는 영화사 하늘의 관계자는 2일 “1인 미디어, 1인 방송처럼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공유하는 10∼20대 취향과 영화의 분위기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개봉 전 모니터 시사회를 통해서도 이들 세대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고, 그에 맞춰 SNS 등을 활용한 마케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 ‘곤지암’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영화는 미국 CNN이 선정한 ‘세계 7대 가장 소름끼치는 장소’로 꼽힌 곤지암 정신병원을 소재로 한다. 과거 실재했지만 지금은 폐업해 그 형체만 남은 곤지암 정신병원은 CNN 방송 뒤 공포체험의 ‘성지’로 유명세를 더했다. 영화는 이곳을 찾은 젊은이들이 카메라로 온라인 생중계를 하면서 겪는 극한의 공포를 담았다. 실제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영상에서 모티프를 얻어, 그 느낌 그대로 극영화가 탄생한 셈이다.

가짜 다큐멘터리 기법, 즉 ‘페이크 다큐’ 형식을 취한 점도 ‘곤지암’을 향한 10∼20대의 관심을 높이는 배경이다. 배우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영화의 90% 이상을 촬영했다. 극의 주인공인 배우의 눈높이에서 촬영되는 이런 방식은 관객이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로 이어졌다.

‘곤지암’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이미 총제작비를 회수하는 손익분기점(80만명)의 두 배에 가까운 관객을 모았다. 공포영화는 주로 여름 극장가에 어울리는 장르라는 고정관념도 깨면서 반전의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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