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감독, 충무로 촉망받는 女감독→동성 성폭행 사건으로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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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3월 21일 12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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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APA
사진=KAPA
준유사강간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현정 감독(37)은 지난해 ‘연애담’으로 각종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충무로의 촉망받는 여성 감독이었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해 한국영화아카데미(KAFA)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 감독은 단편 ‘우리 결혼해요’(2007), ‘Distance’(2010), ‘바캉스’(2014) 등을 연출했다. 세 작품 모두 두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이 감독은 2016년 첫 장편 영화 ‘연애담’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두 여성 윤주와 지수가 서로에게 빠져들고, 또 그 사랑 때문에 아파하는 일련의 연애 서사를 그렸다. 이 작품으로 이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을 비롯해 지난해 마리끌레르 영화제 마리끌레르상,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2015년 동기인 여성 감독 A 씨가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성폭력 교육 40시간 이수 명령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도마에 올랐다.

이에 이 감독은 지난 2월 8일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하면서도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여성영화인모임은 이 감독에게 수상했던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박탈했고, 한국영화감독조합은 이 감독을 영구 제명했다.

이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피해자의 주장 등을 조사한 결과, 당사자들이 속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내에서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진위가 20일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감독 성폭행 사건을 아카데미 내에서 최초로 인지한 책임교수 B 씨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B 씨는 이현주 감독 측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해 A 씨에게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는 취지의 증언을 했으며, 아카데미 직원에게 이현주 감독의 소송 관련 요청에 협조할 것을 부탁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아카데미 원장 C 씨는 B 씨를 통해 성폭행 및 고소 사실을 인지하였음에도 상급자(사무국장 및 위원장) 및 동료 교수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은폐했으며, A 씨를 위한 보호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영진위는 이 조사결과를 감사팀에 통보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마쳤고, 규정에 따라 인사위원회에 회부해 징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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