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 설움 날린 게리 올드먼…‘셰이프 오브 워터’ 4관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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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회 아카데미 시상식, 검은 드레스 없었지만 미투 열풍
“성추문 거물 축출” 새 시대 선언… ‘타임스 업’ 핀 달고 성폭력 고발
맥도먼드 두 번째 여우주연상 “평창金 클로이 김과 같은 기분

“하비 와인스틴을 축출했습니다. 더 이상의 나쁜 일은 없어야 합니다. 굉장히 용감한 분들이 목소리를 내주셨고, 이제 새 시대가 왔습니다.”

4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돌비 극장. 올해로 90회를 맞은 아카데미 시상식은 사회자인 코미디언 지미 키멀의 ‘뼈 있는’ 한마디로 시작됐다. 그는 ‘#미투’ 운동부터 남녀 배우의 임금 불평등까지 할리우드의 각종 성차별을 꼬집었다.

○ 미투, 오스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과 같은 배우들의 검은 드레스 물결은 없었다. 그 대신 배우들은 가슴에 ‘타임스 업(Time‘s Up·때가 됐다)’ 핀을 달거나 시상·수상 소감 등으로 미투 지지를 표명했다. 타임스 업은 올해 초 할리우드 여성 종사자들이 성폭력 성차별 이슈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만든 단체다.

특히 제작자 와인스틴의 성폭력을 고발하며 미투 운동의 물꼬를 튼 여배우들이 시상자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배우 애너벨라 시오라는 “사람들이 저마다 ‘때가 됐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성별, 인종 편견에 대항하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런 흐름에 호응하듯 올해는 감독상과 촬영상 후보에 여성들이 이름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수상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영화 ‘머드바운드’의 레이철 모리슨 촬영감독은 여성 최초의 촬영상 노미네이트였다.

○ ‘셰이프 오브 워터’ 4관왕

올해 오스카 수상은 이변도 싹쓸이도 없었다. 그만큼 골고루 상이 돌아갔다. 그래도 주인공은 존재하는 법.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54)의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가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과 미술상, 음악상 등 4개 부문을 차지했다. 1960년대 미국 볼티모어 비밀실험실을 배경으로 언어장애가 있는 청소부(샐리 호킨스)와 괴생명체의 사랑을 다룬 작품.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도 받았다.

남우주연상은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게리 올드먼(60)에게 돌아갔다. 데뷔 후 36년 동안 딱 한 번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게 전부였지만, 뒤늦게 무관의 설움을 떨쳐냈다. 이름이 호명되자 감격한 듯 울먹이던 그는 “기다릴 만한 가치가 충분한 상이다. 너무 멋진 여정을 지나왔다”고 전했다.

여우주연상은 ‘셰이프…’의 강력한 경쟁 작품으로 꼽혔던 ‘쓰리 빌보드’의 프랜시스 맥도먼드(61)가 수상했다. 딸이 성폭행 뒤 살해당한 사건을 소홀히 수사하는 경찰을 상대로 복수극을 꾸미는 어머니를 연기했다. 그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이 이런 기분일 것 같다”고 기뻐했다. 수상 소감 막바지에 모든 여성 참석자에게 기립을 주문한 뒤 “우리에겐 말할 스토리가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남우조연상은 ‘쓰리 빌보드’에서 경찰관을 연기한 샘 록웰(50)이, 여우조연상은 ‘아이, 토냐’에서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딸을 혹독하게 밀어붙이는 엄마 역을 소화한 앨리슨 재니(59)가 수상했다. 한편 공포영화 ‘겟 아웃’의 조던 필 감독은 흑인 최초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아카데미 시상식#미투#게리 올드먼#셰이프 오브 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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