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김생민 인생역전…강호동 화려한 부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6시 57분


방송인 김생민(왼쪽)-강호동. 사진|KBS·동아닷컴DB
방송인 김생민(왼쪽)-강호동. 사진|KBS·동아닷컴DB
■ 제2 전성기 맞은 예능인

김생민 절약습관 내세운 ‘영수증’ 등 인기
강호동은 ‘아는 형님’ ‘한끼줍쇼’ 등 흥행


‘행운’은 예고도 없이 의외의 순간에 찾아온다. 방송인 강호동과 김생민이 오랜 기간 부침을 겪어오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때도 그랬다. 비록 남들보다 정체기가 길어 힘든 시간을 보냈어도 한눈팔지 않고 한 길만 묵묵히 걸어온 끝에 호시절을 만났다.

요즘 강호동을 두고 ‘달라졌다’는 평가가 많이 나온다. 한때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하며 주가를 높였던 그가 ‘국민MC’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이 저조하거나 조기 종영하는 등 아픔을 겪었다. 당시 ‘강호동의 시대는 저물었다’는 말이 나왔고, 그만큼 강호동의 운신 폭도 좁아졌다.

잠시 대중의 관심 속에 잊혀졌던 그가 화제의 인물로 다시 부각된 건 올해부터다. tvN ‘신서유기’ 시리즈 3,4편을 연달아 흥행시키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방향 감각을 잃고 주춤하던 그가 언제부터인가 부담을 내려놓은 듯 한결 가벼워진 몸짓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 다소 고압적인 진행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을 낮추고 동료들을 돋보이게 하면서 그 역시 덩달아 눈에 띄게 됐다. 강호동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면서 ‘아는 형님’, ‘한끼줍쇼’, ‘섬총사’ 등 출연하는 프로그램마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게 됐다.

강호동보다 더 극적으로 화려한 시대를 맞은 건 김생민이다. 1992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줄곧 있는 듯 없는 듯 주목받지 못했던 그가 방송가를 뒤흔들었다. 그저 ‘리포터’, ‘패널’, ‘유명 연예인의 친구’ 정도로만 알려졌던 그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스타 파워까지 지니게 됐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이다.

김생민은 정식 TV 프로그램이 아닌 인터넷 팟캐스트로 떴다. 동료 개그맨인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한 코너였다. 자신이 평생 철학처럼 지켜온 생활 습관을 방송용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면서 대중의 호감을 사기 시작했다. 김생민은 의외의 재미를 안기며 “스투핏” “그뤠잇”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또 프로그램의 코너가 아닌 독립체로 KBS 2TV에 정규 편성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캐릭터를 모티브 삼아 ‘짠내 투어’라는 새로운 프로그램까지 생겨났고, 여기저기서 그를 찾는 곳이 넘쳐난다.

김생민은 최근 열린 한 프로그램 제작발표회에서 “실패한 개그맨으로 오래 살았다. 남을 웃기는 일도 주눅 들어 못하고 조용히 지냈는데,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온다”고 기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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