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에 추락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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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 등 제작 와인스타인 “수십년간 여배우-여직원 성추행”… NYT 보도에 자신 회사서 해고당해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65·사진)이 30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을 일삼아 자신이 설립한 회사에서 전격 해고됐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번 사건이 그간 누적된 성차별 문제에 경종을 울렸다는 말이 나온다.

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와인스타인 컴퍼니는 일요일인 이날 설립자이자 공동 회장인 와인스타인을 전격 해고했다고 발표했다. NYT가 5일 와인스타인이 수십 년간 여배우와 여성 직원에게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고 이 중 최소 8명과는 합의를 통해 성추행에 대한 고소를 막았다고 보도한 지 사흘 만이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여배우 애슐리 저드는 NYT에 “와인스타인이 일 때문에 부른 줄 알고 호텔 방에 가니 목욕가운만 입은 채 신체 접촉을 요구해 당혹스러웠다”고 약 20년 전의 피해를 털어놨다. 당시 와인스타인은 저드에게 마사지를 해주거나 자신이 샤워하는 걸 지켜보라고 말했다. 2014년에는 와인스타인의 회사에서 임시 인턴으로 단 하루를 일한 에밀리 네스터를 호텔 방으로 불러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를 당한 또 다른 직원은 “그의 회사는 여성들이 일하기엔 유해한 환경이었다”고 회고했다.

NYT는 “특히 20대 초중반이었던 피해 여성들은 영화산업에 막 발을 디디려는 찰나였기에 와인스타인의 제안을 거절하면 업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여직원은 와인스타인을 만날 때 몸이 드러나지 않는 파카를 입으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보도 당일 와인스타인은 사과 성명을 발표하고 다음 날인 6일 무기 휴직을 내겠다고 밝혔다. 전원이 남성인 이 회사 이사진의 3분의 1도 이에 책임을 지고 퇴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회사는 와인스타인을 아예 내보냈다.

와인스타인은 ‘펄프 픽션’ ‘시네마 천국’ ‘잉글리쉬 페이션트’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 흥행 영화의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고,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를 미국에서 배급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모금 활동을 주도하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장녀 말리아를 인턴으로 채용하며 ‘여성 지지자’를 자처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하비 와인스타인#성추행#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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