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 “데뷔 1만 일… 이제 노래가 뭔지 알것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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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간담회
자취방 방바닥 두드리며 부활 데뷔곡 ‘희야’ 만들어
내 발라드는 패션과 같아 새 작곡가 만나 새 옷 갈아입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가수 이승철. 그는 “내가 30년간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팬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연 가수 이승철. 그는 “내가 30년간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팬 여러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1만 시간 동안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거다. 때로 어떤 경지에는 1만 일(日)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제 아홉 살짜리 딸이 계산기를 두드려 보더니 ‘아빠, 30년이면 1만950일이야’라더군요. 1만 일을 넘기니까 이제야 노래가 뭔지, 사람 사이의 관계가 뭔지 알 것 같아요.”

 가수 이승철(50)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더줌아트센터에서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는 1986년 밴드 부활의 보컬로 데뷔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희야’를 필두로 그는 솔로 시절 ‘긴 하루’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소녀시대’ ‘오늘도 난’ ‘말리꽃’ ‘마이 러브’까지 다양한 노래로써 변덕스러운 사람들의 사랑을 붙잡아 뒀다. 이승철은 “내 발라드는 ‘패션’이다. 목소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새 작곡가를 만나 저를 접목시켜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음악을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편안하게 음악을 들려 드릴 수 있게 됐어요. 기술적인 부분이 발전했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차분해졌죠. (가요 차트) 성적에 대한 불안감도 없어졌어요. 무대에서 무아지경에 빠져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이승철은 여전히 부활 시절의 추억이 머릿속에 생생하다고 했다. “언더그라운드 생활이죠. 부활 멤버들과 만나 함께 자취방에서 방바닥 두드리며 ‘희야’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까지의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에요. 공연 포스터도 직접 붙이러 다니고 악기도 직접 날랐어요. 지금보다 훨씬 작은 공연장 무대에 섰지만 감동이 있었죠.”

 그는 “연예인으로, 공인으로 사는 게 힘들었던 적은 있지만 음악을 하고 싶지 않았던 적은 지난 30년간 한 번도 없었다”며 “힘들었던 순간엔 늘 음악이 절 지탱해줬다”고 덧붙였다.

 음악의 힘을 혼자 만끽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이승철은 교도소 재소자, 탈북 청년, 대안학교 청소년의 합창단을 지휘하고 아프리카 차드에 학교를 짓는 등 다양한 사회 참여 활동도 해왔다. 30주년 기념 투어는 다음 달 8일 수원 실내체육관부터 다시 시작돼 15일 춘천, 11월 5일 성남, 11월 12일 울산, 11월 19일 천안, 11월 26일 고양으로 이어진다. 27일엔 7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 실황을 담은 DVD도 발매한다.

 “전국 투어 제목을 ‘무궁화삼천리 모두 모여랏!’으로 정했어요. 그동안 많은 분이 저를 보러 와 주셨는데, 이제는 제가 그분들을 찾아가고 싶어서요. 문화적으로 소외된 지역도 많은데 방방곡곡 찾아가는 콘서트를 하고 싶었죠. 앞으로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찾아가는 콘서트를 하는 게 마지막 꿈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이승철#부활#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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