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남자’에 대한 타는 목마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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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예능서 종횡무진 활약

배우 윤시윤은 최근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해 순박하고 착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KBS TV 화면 캡처
배우 윤시윤은 최근 KBS ‘해피선데이―1박2일’에 출연해 순박하고 착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KBS TV 화면 캡처
나쁜 남자? 이제는 착한 남자가 대세다.

최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서 ‘착한 캐릭터’를 흔하게 찾을 수 있다. 극을 이끄는 주인공은 물론이고 과거 악역이 주로 맡아 온 감초 역할도 착한 캐릭터가 많다.

KBS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와 케이블채널 tvNgo ‘신서유기 시즌2’에는 최근 각각 배우 윤시윤과 안재현이 새로 투입돼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착한 캐릭터다. 예능초짜인 이들은 다른 출연진의 짓궂은 행동에도 순박함을 잃지 않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신서유기 시즌2’의 나영석 PD는 “착한 캐릭터는 시청자가 오랫동안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사이코패스, 악덕 재벌 역을 단골로 맡았던 배우 남궁민은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에서 선한 미소의 착한 변호사 안단태로 나온다. 그의 달라진 모습에 드라마의 인기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의 유재호(홍요섭)의 막내아들 유세준(정해인)도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버는 등 자립심이 강하면서도 유쾌한 연기로 ‘엄마’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착한 캐릭터의 성공 조짐은 올 초 방영된 작품에서도 나타났다. tvN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 덕선(혜리)의 남편은 ‘츤데레’(겉으론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김정환(류준열)이 아니라 착한 캐릭터 최택(박보검)으로 결론이 났다. 최택의 순수한 모습은 지켜줘야 할 ‘천연기념물’로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동주’의 윤동주(강하늘)도 일제강점기라는 절망적 상황에서 꿋꿋이 시(詩)를 쓰는 순수한 청년으로 나온다.

나쁜 남자와 착한 남자의 절충형인 ‘개과천선’형 인물도 있다. KBS 월화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에서 조들호(박신양)는 가진 자를 위한 검사에서 서민을 위한 변호사로 변신했다. 재벌 잡는 그의 활약에 시청률은 15.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올랐다. SBS ‘딴따라’의 신석호(지성)도 대형 연예기획사의 잘나가는 기획자에서 매니저로 변신해 밑바닥에서 밴드를 키우는 캐릭터를 보여줬다.

예능, 드라마의 착한 캐릭터가 각광받는 데는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아 온 센 캐릭터에 대한 반감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석희 방송칼럼니스트는 “예능 출연자 간 ‘물어뜯기’, 드라마의 악역 등장에 피로감이 높아진 시청자들이 지루하다 여겨온 착한 캐릭터에서 ‘힐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의 강력 범죄 때문에 ‘나쁜 놈’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나쁜 남자에 대한 매력이 떨어졌다”며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착한 캐릭터가 당분간 각광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박 2일#신서유기2#착한 남자#윤시윤#안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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