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diary][영화리뷰] SWOT으로 보는 ‘계춘할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5월 18일 05시 45분


윤여정-김고은 주연의 영화 ‘계춘할망’의 한 장면. 사진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윤여정-김고은 주연의 영화 ‘계춘할망’의 한 장면. 사진제공|지오엔터테인먼트
해녀로 살아가는 계춘할망(할머니)은 남편과 아들을 바다에서 잃었다. 그에게 이제 생의 전부는 손녀 혜지뿐이었다. 하지만 며느리도 손을 놓아버린 손녀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닌 세월. 12년의 시간이 흐르고 할망은 마치 새로운 삶의 희망이듯 혜지를 찾고 두 사람은 한 울타리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혜지는 이미 어릴 적 혜지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할망은 언제까지라도 손녀의 편이 되어줄 것만 같다.

과연 할머니와 손녀 사이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 STRENGTH(강점)…강요받지 않아도 흐르는 눈물

영화는 연출자 창감독이 “연세 많으신” 어머니와 살았던 경험 그리고 할머니에게서 얻었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만큼 이 시대 우리 주변의 이야기로 온전히 읽힌다. 그래서 그 공감의 넓이와 두께는 넓고 두텁다. 영화는 눈물을 강요하지 않지만, 어느새 관객의 눈시울은 젖어들고 이야기가 더욱 극적으로 전개되는 순간, 눈물은 절로 흘러 내린다.

그 따스한 감성과 온기 속에서 어머니와 할머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특히 세상 하나뿐인 혈육에게 자신을 내어주는 극중 할머니의 모습에선 더욱 그렇다.

● WEAKNESS(약점)…자극적 이야기의 극장가

이야기는 대체로 잔잔하다. 그래서 울림은 더 깊고 크다. 하지만 여기서 ‘잔잔함’이란 자극적인 스토리로 가득한 최근 스크린의 높은 장벽 앞에서 표현 가능한 말이다. 그 ‘잔잔함’이 얼마나 큰 반향으로 장벽에 균열을 낼지가 관건이다. 신선함에 대한 강박이 이끌고 있는 비주얼과 강렬함이 범람하는 극장가에 오랜 만에 찾아든 이 잔잔한 이야기가 또 하나의 정서적 반전을 꾀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 OPPORTUNITY(기회)…두 여배우의 온기

영화는 할망 역의 윤여정과 손녀 혜지 역의 김고은이 주고받는 완벽한 호흡에 한껏 기댄다. 창감독이 깔아놓은 정서는 두 여배우의 온기 가득한 연기로 스크린 밖으로 살아나온다. 도회적 이미지 가득했던 윤여정의 또 다른 캐릭터 변화와 여전히 10대의 푸르른 반항기를 간직한 마스크를 지닌 김고은의 연기가 더해진다. 이들 곁에서 김희원, 신은정, 최민호, 양익준, 류준열 등 조연들도 작지 않은 활약으로 힘을 더했다.

● THREAT(위협)…‘캡틴 아메리카’ 그리고 ‘곡성’

현재 극장가 강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그리고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새롭게 연출한 ‘곡성’이다. 특히 ‘곡성’은 12일 개봉해 현재 열리고 있는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프리미엄’까지 얻으며 관객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계춘할망’이 이 같은 극장가 상영 구도를 깨는 데 얼마나 힘을 발휘할 것인지가 이번 주 흥행 경쟁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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