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프리 선언’ 손범수·정은아 아나운서 사표 수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일 08시 00분


손범수-정은아 (오른쪽)
손범수-정은아 (오른쪽)
■ 1997년 3월 2일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회사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전문 MC로 나서는 경우는 이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일이 됐다. 김성주와 전현무 등 일부 아나운서 출신들은 대중의 인기 속에 주가를 올리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넘나들고 있기도 하다. 물론 최근 일부 방송사들은 이른바 ‘프리랜서 선언’을 하고 사표를 던진 아나운서들의 자사 출연을 일정 기간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분명한 것은 방송채널과 플랫폼이 넘쳐나는 세상에 이들의 역할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오늘 KBS가 손범수·정은아 아나운서의 사표를 수리했다.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프리랜서 MC로 나서는 순간이었다. 이들은 이에 앞서 2월 회사에 사의를 표명하며 사표를 제출했다. 이들 이전에 이계진(1991년)·김동건(1993년)·이숙영(1993년, 첫 여성 아나운서의 프리랜서 선언)·원종배(1995년, 이상 KBS) 그리고 한선교(1995년 MBC) 등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떠나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었지만 손범수와 정은아의 프리랜선 선언은 그보다 더 큰 파장을 방송가에 몰고 왔다. 1989년 입사한 동기 아나운서인 이들은 당시 KBS를 대표하는 ‘간판급’ 아나운서로 통했기 때문이다. 모두 아나운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깨며 전문 방송인으로서 개성을 과시했다.

손범수는 2TV ‘가요톱10’을 비롯해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등을 진행하며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 그 전해 연말 2TV ‘연예가중계’가 시청자 100명을 대상으로 한 인기 진행자 설문에서 편안하고 재치 있는 진행 솜씨를 인정받으며 1위를 차지할 정도였다. 정은아는 특히 주부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MC 이상벽과 함께 1TV 아침 토크쇼 ‘아침마당’을 차분하고도 친근감 있는 면모로 진행하며 쌓은 인기였다. 회사를 떠난 직후 한 가구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이를 입증했다.

이들의 잇단 퇴사는 당시 급변한 방송환경의 영향이 컸다. 아직 방송 초기였던 케이블TV를 비롯해 지역민방 등 채널이 많아지면서 전문 방송인이 나설 무대도 그만큼 늘어난 반면 지상파 채널에서는 연예인 스타 MC들이 각광받으면서 아나운서의 설 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또 방송사 조직원으로서 받는 연봉보다 훨씬 많은 출연료 등 요인도 적지 않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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