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개봉 ‘베테랑’
화물기사 폭행 망나니 재벌 3세와 광역수사대 형사의 화끈한 대결
‘부당거래’ ‘베를린’ 잇는 액션 수작… 독특한 대사와 탄탄한 디테일 갖춰
재벌 3세가 나쁜 짓을 한다. 형사가 그를 쫓는다. 모두가 질 거라고 한 싸움. 하지만 결국 형사는 재벌 3세를 잡는다.
8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베테랑’(15세 이상)의 줄거리는 간결하다. 꼬고 뒤집는 반전 없이 결말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달린다. 그런데 재미있다. 속 시원한 액션과 현장감 넘치는 대사, 배우들의 차진 호흡이 빚어낸 결과다. ‘짝패’(2006년), ‘부당거래’(2010년) 등 독특한 액션영화를 만들어 왔고 ‘베를린’(2013년)으로 관객 약 716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감독 타이틀까지 얻은 류승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영화는 외제 중고차 밀매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광수대) 소속 오 팀장(오달수)과 서도철(황정민), 그리고 동료 형사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사건 수사를 도우며 서도철과 안면을 튼 중고차 트레일러 운전사 배 기사(정웅인)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하자 하청업체의 본사인 신진물산 앞에서 1인 시위를 한다. 배 기사의 1인 시위는 회사의 실질적 오너이자 기획실장인 조태오(유아인) 눈에 띄고, 사무실로 불려가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뒤 회사 계단에서 떨어져 혼수상태가 된다. 뭔가 냄새를 맡은 서도철은 조태오를 쫓기 시작한다.
류 감독은 이미 2010년 ‘부당거래’에서 광수대 형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적이 있다. 당시 실제 광수대 형사들을 만났던 것이 인연이 돼 광수대를 이번 영화의 주요 무대로 삼았다. 류 감독은 “광수대 형사들은 한번 물면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하는 이들”이라며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형사들의 실제 대화나 사건 얘기를 영화에 녹였다”고 말했다. 재벌 3세의 폭행 사건이라는 점은 과거의 몇몇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만 류 감독은 “무엇을 봤건 (영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단언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조태오가 해외로 도주하기 직전 환각파티를 벌이는 현장을 서도철과 동료들이 덮치고, 여기서 도망친 조태오가 서울 명동 한복판을 자동차를 탄 채 질주하는 장면이다. 명동에서 차량 추격전이 촬영된 것은 처음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 8차로와 그 일대 골목을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에 통제하고 하루에 2∼3시간씩 조금씩 촬영해야 했다. 제작사 외유내강의 조성민 프로듀서는 “약 3개월의 전체 촬영 기간 중 한 달가량을 마지막 작전 촬영에 썼다”며 “차량 100여 대가 동원됐고, 이 중 조태오가 탔던 7000만 원가량의 머스탱 차량를 포함해 차량 30여 대가 완전히 부서졌다”고 말했다.
재벌 3세 조태오는 열 받으면 사람 발목쯤은 아무렇지 않게 분지르는 악역이다. ‘완득이’(2011년), 드라마 ‘밀회’(2014년) 등에서 주로 가난하고 순수한 청년 역을 맡았던 유아인은 처음 맡은 악역에서 ‘이게 본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류 감독은 조태오를 재벌 3세이면서도 격투기 애호가로 설정해 마지막 장면에서 서도철의 ‘길거리표’ 액션과 조태오의 ‘배운’ 액션을 정면충돌시킨다. 황정민은 ‘신세계’(2012년) 속 정청의 껄렁함에 ‘국제시장’(2014년) 속 덕수의 수더분함을 더해 서도철을 연기하고 오달수는 그와 ‘국제시장’에 이어 다시 한번 절정의 호흡을 보여준다. 모델 출신다운 긴 다리로 시원한 발차기를 선보이며 푼수 여형사 미스 봉을 연기한 장윤주도 인상적이다.
다만 조태오의 참모 최 상무(유해진)가 재벌가답지 않은 어설픈 실수를 연발하며 사건 매듭이 너무 쉽게 풀려 버린다는 단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습도 90%를 넘나드는 짜증스러운 여름 날씨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액션 장면들의 쾌감이 단점을 상쇄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