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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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키워드로 풀어본 영화 로케이션 헌팅의 세계

‘관상’ 내경(송강호)의 집 앞 장면을 촬영 중인 송강호(왼쪽)와 조정석. 이 집은 경기 가평군 유명산 설매재에 임시로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바닷가를 따로 찍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했다. 쇼박스 제공
‘관상’ 내경(송강호)의 집 앞 장면을 촬영 중인 송강호(왼쪽)와 조정석. 이 집은 경기 가평군 유명산 설매재에 임시로 지은 것이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바닷가를 따로 찍어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했다. 쇼박스 제공
30일 ‘어벤져스2’의 한국 로케이션(촬영소 밖의 현지 야외 촬영)이 시작된다. 할리우드 배우와 스태프가 대거 입국하고 한국의 풍경이 영화에 담긴다고 해 연일 화제다. 누리꾼들은 어벤져스 멤버들이 한국 김밥 집에서 회식을 하고,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는 패러디물을 올리며 국내 로케이션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로케이션과 관련해 한국 영화 중에는 라트비아에서 찍은 ‘베를린’, 전국을 누비며 촬영한 ‘관상’, 농촌 풍경을 담은 ‘피 끓는 청춘’, 전북 군산이 배경인 ‘남자가 사랑할 때’ 등이 화제가 됐다. 이 영화들을 사례로 로케이션에 대한 궁금증을 4가지 키워드로 풀어봤다.

▽데스크 헌팅=‘관상’의 윤홍준 제작실장은 촬영지를 고르기 위해 영화와 드라마 수백 편을 봤다. 한재림 감독이 요구하는 풍경을 찾기 위해 인터넷으로 전국 각지를 사전 조사했다. 이처럼 발품을 팔기 전에 하는 사전조사를 ‘데스크 헌팅’이라고 부른다.

데스크 헌팅으로 후보지를 추리면 실제 헌팅에 들어간다. ‘관상’ 제작진은 헌팅을 위해 6개월 동안 승용차 기름값만 1000만 원을 썼다. 윤 실장은 “북한 빼고 한반도를 다 돌았다”고 했다. ‘피 끓는 청춘’의 제작진도 3개월간 승용차 주행거리가 5만 km에 이르렀다. 보통 가정용 승용차의 3년 주행거리다.

▽거기가 거기=제작진이 찾아낸 비경은 관객의 뇌리에 남는다. 관객은 인상적인 장면의 촬영지가 어딘지 궁금해한다. ‘관상’에서 내경(송강호)의 산 위 집은 경기 유명산의 설매재. 하지만 영화와 달리 여기서는 바다 대신 양평 시내가 보인다. 제작진은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의 바닷가와 설매재 풍경을 컴퓨터그래픽(CG)으로 합성했다. CG가 로케이션의 빈틈을 메운다.

‘신세계’에서 강 과장(최민식)이 자성(이정재)과 은밀히 만나는 실내 낚시터는 전북 완주군의 폐창고. 실제 실내 낚시터는 물 깊이가 3m가 넘지만, 제작진은 창고 바닥에 30cm만 물을 받아 낚시터를 꾸몄다. 1982년 충남 홍성군이 극중 배경인 ‘피 끓는 청춘’은 실제 홍성이 너무 개발돼 시골 풍경이 남아있는 전북 순창군과 남원시에서 찍었다.

전북 군산시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 뉴 제공
전북 군산시에서 모든 장면을 촬영한 ‘남자가 사랑할 때’. 뉴 제공
▽군산=‘남자가 사랑할 때’의 경우 시나리오에는 배경이 서울이었지만, 소시민적인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군산에서 3개월 넘게 찍었다. 군산에서는 ‘장군의 아들’ ‘8월의 크리스마스’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타짜’ ‘변호인’ 등 70여 편이 촬영됐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적산 가옥 등 근대 유적이 많아 단골 로케이션 장소다.

‘남자가 사랑할 때’의 박민정 프로듀서는 “항구 도시인 군산은 거칠면서도 포근한 분위기가 매력이다. 골목 풍경이 낡고 오래됐지만, 높은 건물이 없어 화면에 예쁘게 담긴다”고 했다.

▽해외 촬영=‘베를린’은 극중 독일 베를린이 배경이지만 대부분 라트비아에서 찍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당시 한석규와 하정우는 숙소로 호텔보다는 민박을 원했다. 담배를 피울 수 있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한석규와 하정우는 스태프의 식사를 책임졌다. 반면 운동과 규칙적인 생활을 원한 전지현은 호텔에 묵었다. ‘베를린’의 제작사인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는 “해외 촬영에서는 배우와 스태프의 육체적, 정신적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다. 숙박이 편해야 영화가 잘 나온다”고 했다.

국내 촬영의 경우 숙소는 모텔이 기본이다. 보통 주연 배우와 감독은 1인 1실, 스태프는 2인 1실을 쓴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로케이션#영화#데스크 헌팅#관상#남자가 사랑할 때#신세계#해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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