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애는 영화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옆집 총각 역의 유아인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배우들은 캐릭터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거든요. 근데 이 후배는 완전히 몰입을 하더라고요. 집중력에 대해 한 수 배웠어요.” 무비꼴라주 제공
《 ‘우아한 거짓말’일까? 남편을 먼저 저세상에 보내고 두 딸 만지(고아성) 천지(김향기)와 사는 현숙(김희애)에게 또 비극이 닥친다. 말 잘 듣고 똑똑한 중학생 천지가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자살한다. 현숙은 학교 친구들을 상대로 딸이 죽은 이유를 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목숨을 버린 천지. 하지만 가해자들은 “우리는 책임이 없다”는 말만 한다. 잔혹한 거짓말만. 13일 개봉하는 영화 ‘우아한 거짓말’이다. 》
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김희애(47)와 마주 앉았다.
“원작 소설을 먼저 읽었는데, 두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어요. 피하고 싶은 이야기지만 끝까지 읽게 되더군요. 비극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이런 문제를 성숙한 시선으로 푸는 게 좋았어요.” 영화는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2009년)을 각색해 만들었고, ‘완득이’(2011년)의 이한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배우보다는 탤런트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김희애. 무엇이 ‘101번째 프로포즈’(1993년) 이후 21년 만에 그를 스크린으로 불러냈을까.
“영화가 그리는 치유 방식이 좋았어요. 우리 모두는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잖아요. 영화처럼 우리는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잖아요. 이런 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죠.”
고1, 중3인 두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로서 왕따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고 했다. “학교가 정글이더라고요. 말로 다치는 상처는 끝내 지워지지 않아요. 아이들 세계만 그런 게 아니라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영화 속 그는 쿨한 캐릭터다. 누구를 원망하지도, 다시 찾아온 비극에 절망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에게도 덤덤한 엄마. 실제로도 그럴까. “아니요. 아들 둘이라 힘들어요. 힘들면 ‘쟤는 내 아들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객관화하려고 해요. 아이들이 놀고 컴퓨터에만 매달리면 불안한 평범한 엄마죠.”
지난달 25일 시사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눈물을 쏟았다. “원래 눈물이 없는 성격이에요. 영화를 같이 보면 애들 아빠만 울어요. 저는 (다른 배우의) 연기만 봐요. 이 영화도 갑자기 확 빠져들어 후폭풍이 밀려오더군요. 아역 배우들의 연기가 워낙 좋아서 그랬나 봐요. 칸영화제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연기예요.”
1984년 유진선 감독의 영화 ‘내 사랑 짱구’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는다. ‘여심’ ‘아들과 딸’ ‘연애의 기초’ ‘아내’ ‘내 남자의 여자’ 등 주로 브라운관에서 쓰던 얼굴 근육이 스크린에서는 어색하지 않았을까. “영화는 여유 있게 찍어 좋아요. 섬세한 연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그 대신 그만큼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중에 몰려오죠. 신인이나 다름없으니 열심히 하려고요. 불러만 주시면….”
그는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멜로의 주인공으로 나오고, 10년째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화장품 광고가 들어오면 신경이 많이 쓰여요. ‘이게 나의 마지막 촬영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조명도 좋고 컴퓨터 작업이 발달해서 예쁘게 찍어주시죠. 감사하면서도 두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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