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연 “늘 그랬듯 나의 길이 맞는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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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29일 07시 00분


배우 이미연. 스포츠동아DB
배우 이미연. 스포츠동아DB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아스라한 아픔의 기억은 한 뼘 한 뼘 남몰래 자라났다. 아팠을지언정 지난 세월 사이 아련한 애틋함으로 남았다. 첫사랑 그리고 청춘의 한 시절은 아스라하며 애틋한 생채기이자 추억의 흔적이다. 이미연은 그 추억의 흔적을 따스하게 더듬게 하는 이 시대 또 다른 아이콘이다. 세상은, 머물러 있는 청춘의 기억 혹은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있는 청춘의 한 시절을 이미연과 한창 나누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모두에게도 새로운 한 해가 찾아왔다. 올해에도 세상은 이미연과 함께 또 다른 시절을 함께할 참이다.

‘꽃누나’서 보여준 민낯에 호탕한 웃음
선입견 깬 이미지 남기고 다시 배우로
“연기 공백에 쫓기듯 작품 하진 않을것”


“머릿속이 복잡해요. 하하하!”

쾌활한 웃음은 여전했다.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누나’ 속 그대로였다. 인터뷰 요청에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전화 수화기 너머에선 긴 여행 끝에 돌아와 휴일 한갓진 여유로움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전해져 왔다.

‘여배우’ 이미연. 드러내기 쉽지 않은 민낯과 자신을 아끼는 대중과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가 다가왔을 때 시청자는 당황했다.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부터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등 청춘의 풋풋함으로 대중 앞에 나섰던 그는 아마도 청순함의 매력만으로도 배우들의 맨 앞줄에 놓일 이름을 가졌다. 때론 ‘인디안 썸머’ ‘흑수선’ ‘태풍’ 같은 무대 위에서 처연한 눈물로 관객의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드라마 ‘명성황후’ 혹은 ‘거상 김만덕’과 같은 공간에선 인간적 카리스마를 드러낼 줄도 알았다.

그랬던 그가 헝클어진 머리를 흩날리며 ‘언니들’ 윤여정·김자옥·김희애와 ‘동생’ 이승기까지 살갑게 챙기며 터키와 크로아티아 거리를 누비는 모습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었다. 목청이 보일 정도로 호탕하게 웃으며 다른 이들이 우왕좌왕할 때 결단력 있게 행동하는 활달한 모습. 주변에서 그를 오랫동안 보아온 이들과 달리 적어도 시청자에겐 낯설었다. 그런 만큼 이미연은 살가움과 호탕한 쾌활함, 결단의 ‘쿨’함으로 시청자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뚜렷한 외모로 환하게 웃는 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이미연. tvN ‘꽃보다 누나’를 통해 대중과 시청자에게 새로움으로 각인된 그는 새해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할 기세다. 사진제공|tvN
뚜렷한 외모로 환하게 웃는 웃음이 매력적인 배우 이미연. tvN ‘꽃보다 누나’를 통해 대중과 시청자에게 새로움으로 각인된 그는 새해 또 다른 매력을 과시할 기세다. 사진제공|tvN

“모두 내 있는 그대로 모습을 다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봐요. 내가 일을 일찍부터 시작해서 내 실제 모습이나 배우로서 비치는 것이나 별로 차이가 없다고 여겼는데…. 아무래도 여배우를 바라보는 대중의 선입견은 여전히 큰가 봐요. 하하!”

하지만 오로지 이미지로만 통할 것 같았던 그가 낯선 여행지의 풍광에 감탄할 때 시청자도 탄성을 냈다. 그건 시청자와 이 여배우가 비로소 한 곳을 같이 바라볼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하는 건 아닐까.

그 공감과 교감의 진심 한복판에 이미연은 서 있었다. ‘꽃보다 누나’를 통해 ‘실제 이미연’에 익숙해질 즈음 그는 눈물을 많이도 흘렸다. 짙푸른 아드리아해와 맞닿은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에선 아름다움에 취했다. 길을 지나던 한 여행객의 “기쁘고 행복해라. 마음속으로 늘 바랐다”는 따스한 격려에 감사하기도 했다. 눈물은 흘렀다.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눈물을 닦아내며 이미연은 “사랑하는 사람이 등을 돌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는 것처럼 연기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건 곧 작품에 대한 욕심이기도 하다.

“배우와 여자로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행복을 찾을 수도 있는 거니까.”

배우는 작품 속에서 다른 이의 삶을 살아볼 기회를 가져 부러움을 사는 존재. 이미연은 “일을 오래 하면서 나도 좀 하나라도 나은 모습을 보여줄 때가 필요했다”면서 “내가 인물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충만한 그런 작품이 좋지 않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는다. “길지 않은 연기 공백에 쫓기듯 작품을 하고 싶지 않다”는 그는 여전히 “내 가는 길이 맞는 것인지” 고민한다. 늘 그래 왔다.

그리고는 그렇게 걸어온 배우의 길 위에서 이제 또 다른 길을 찾아 떠날 준비를 차리고 있다. 대중에게 새롭게 각인된 자신의 모습은 이제 한 걸음 뒤로 남겨두고 이미연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갈 터이다.

늘 그래 왔듯이.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트위터 @tadada11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트위터@bsm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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