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과 주변을 함께 빛내는 배우 될래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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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개봉 코미디영화 ‘수상한 그녀’서 열연 심은경

스무 살 배우 심은경은 원톱으로 나선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다채로운 원맨쇼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영화 속 심상찮은 가창력에 대해선 “못하더라도 직접 불러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려 대역 가수 없이 찍었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스무 살 배우 심은경은 원톱으로 나선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다채로운 원맨쇼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영화 속 심상찮은 가창력에 대해선 “못하더라도 직접 불러야 감동을 줄 수 있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려 대역 가수 없이 찍었다”고 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효자손으로 등 긁으며 TV 드라마를 본다. ‘몸뻬’ 차림이며 몸짓이며 영락없는 할매인데 얼굴엔 솜털이 보송보송하다. 22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마술처럼 스무 살이 된 일흔 살 할머니의 이야기다. 심은경(20)은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의 스무 살 버전인 오두리로 나온다.

심은경은 할머니 역할만 두 번째다. 3년 전엔 장진 감독의 ‘로맨틱 헤븐’(2011년)에 나와 천국에서 소녀로 회춘한 할머니를 연기해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미지가 굳어질까 봐 부담이 되긴 했어요. 그런데 시나리오가 맘에 들었어요. 이번엔 나문희 선생님의 행동을 열심히 살폈죠.”

스무 살 심은경과 일흔을 앞둔 박인환의 거친 ‘신체접촉’ 연기는 영화 ‘수상한 그녀’의 웃음포인트다. CJ E&M 제공
스무 살 심은경과 일흔을 앞둔 박인환의 거친 ‘신체접촉’ 연기는 영화 ‘수상한 그녀’의 웃음포인트다. CJ E&M 제공
영화에서 심은경은 나문희 특유의 팔자걸음과 말투, 목소리 톤을 능청스럽게 따라한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호남 사투리라면 영화 ‘써니’(2011년)를 찍을 때 배우 이한위의 말투를 녹음해 익힌 터라 자신 있었지만 이번엔 많이 써먹지 못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아따’ ‘오메’ ‘거시기하구만’ 같은 추임새가 많았어요. 그런데 나문희 선생님 말투엔 ‘아이고’가 더 많더라고요. 그래서 사투리는 버리고 대신 선생님 톤을 따라갔어요.”

오두리는 자기 할머니인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20대 손자(진영)부터 30대의 방송국 PD(이진욱), 오말순 시절부터 애틋한 눈빛을 보내왔던 70대의 옆집 박씨(박인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이 중에서도 49세 차이인 박인환(69)과의 연기 호흡이 단연 빛난다. 극 중 심은경은 박인환을 ‘박씨’라고 부르며 손으로 입을 쥐어뜯거나 등짝을 후려치는 과감한 신체 접촉을 시도한다. “제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연기했던 모든 배우를 통틀어 박인환 선생님과 호흡이 가장 잘 맞았어요.”

10년 전 MBC 드라마 ‘단팥빵’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써니’ 촬영을 끝낸 뒤 “더 큰 배우가 되겠다”며 미국 유학을 떠났다. 피츠버그의 사립학교에서 6개월을 보낸 뒤 2011년 가을부터 2년간 배우 스칼릿 조핸슨, 첼리스트 요요마의 출신학교로 유명한 뉴욕 프로페셔널 칠드런 스쿨을 다녔다. 그때 처음으로 남들보다 늦게 사춘기를 겪었다.

“낯선 나라에서 살다보니 아역 때 겪었던 설움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연기 말고 제가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고, 남들보다 뒤처지고 있는 것 같아서 많이 주눅 들었어요. 극복하기 어려운 상처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국 와서 촬영을 하다보니 그때 상처가 오히려 밑거름이 돼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써니’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처럼 자신만 빛나기보다는 주변을 빛나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던 심은경은 여전히 그때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연기의 폭은 넓히고 싶다.

“차기작은 뭐가 되든 빨리 하고 싶어요. 연기가 절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이왕이면 다음번엔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역이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어요.”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수상한 그녀#심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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