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쉬 “조명 앞으로 나오는데 5년 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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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0일 07시 00분


누군가의 목소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코러스에서 이제 당당한 여성그룹으로 도약 중인 러쉬. 두 번째 싱글 ‘예스터데이’에는 색깔이 다른 세 사람의 보컬과 풍성한 화음, 아카펠라 등 이들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누군가의 목소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코러스에서 이제 당당한 여성그룹으로 도약 중인 러쉬. 두 번째 싱글 ‘예스터데이’에는 색깔이 다른 세 사람의 보컬과 풍성한 화음, 아카펠라 등 이들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코러스서 가수 변신 여성그룹 러쉬

최근 두번째 싱글 ‘예스터데이’로 인기몰이
“몇년간의 코러스시절은 값진 연습의 시간들
한 풀어준다고 보컬트레이너들이 응원하죠”


“10m도 안되는 거리, 무려 5년이나 걸렸네요.”

만 25세 동갑내기 세 여자는 노래하는 무대에 오랫동안 섰지만, 주인공은 아니었다. 몇 걸음만 앞으로 나오면 화려한 조명을 받을 수 있지만, 누군가의 뒤에서 희미한 조명을 받으며 그의 목소리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역할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음반도 세상에 나왔지만, 역시 주인이 아니었다. 운이 좋아야 이름이 음반 재킷 속에 작은 글씨로 남겨질 뿐이었다. 무대에서, 음반에서 그렇게 ‘숨은 조력자’로 5∼6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무대의 주인공, 음반의 주인이 됐다.

최근 두 번째 싱글 ‘예스터데이’를 내고 활동 중인 여성그룹 러쉬(제이미·미니·사라). 7월 ‘초라해지네’로 데뷔한 이들은 새 싱글 ‘예스터데이’를 통해 시원스런 가창력과 매력적인 음색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대’ 자체는 똑같고, 10m도 안되는 차이인데, 중압감의 차이는 엄청나다. 마음의 거리는 10km 이상인 것 같다. 코러스로 활동할 때는 관객들 표정까지 다 볼 정도로 여유가 있었지만, 무대 앞으로 나섰을 때 그 긴장감이란….”

이들은 가수로 무대 전면에 나설 기회가 진작에 많았다.

미니(김민희·25)는 여러 기획사를 거치며 그룹, 솔로 데뷔를 목전에 둔 적이 수차례 있었지만 “저주받았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불운이 잇따랐다. 제이미(김지혜·25)는 영화 ‘과속스캔들’ 속 박보영의 노래의 실제 목소리 주인공이다. 예은과 함께 원더걸스 오디션에 합격해 JYP엔터테인먼트 연습생으로 선발되기도 했고, 또 다른 기획사에선 “허송세월”을 하기도 했다. 사라(유사라·25)는 YG·JYP엔터테인먼트 가수들, 다비치와 케이윌 등 콘서트, MBC ‘나는 가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엠넷 ‘슈퍼스타K’ 등으로 ‘코러스계’에서 특급스타로 인정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지만, 멤버들의 설득으로 러쉬에 합류했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 때가 아니었던 것 같았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아 그때 데뷔했더라도 잘 안 됐을 수 있다. 지난 몇 년의 코러스 기간이 우리에게 의미 있는 연습기간이 됐다. 값진 시간들이었다.”

멤버들이 각기 다른 색깔인 러쉬는 각각의 보컬을 앞세우다가도 풍성한 화음을 만들고, 아카펠라도 선보인다. 허스키한 음색의 미니는 휘트니 휴스턴처럼 두텁고 파워 넘치는 고음이 장기이고, 여성스런 목소리의 제이미는 머라이어 캐리 같은 청량한 고음을 자랑한다. 중저음의 애잔한 목소리를 가진 사라는 인디아 아리 같은 깊고 풍부한 서정이 매력적이다. 러쉬는 “과거 여성 보컬그룹은 R&B를 지향하지만 우리는 팝 보컬그룹”이라고 강조했다.

가요계엔 러쉬처럼 기성가수들의 ‘도우미’ 역할이나 보컬트레이너로 살면서 가수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 러쉬의 데뷔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코러스나 보컬트레이너들이 많은 축하를 한다. ‘코러스계’의 한을 풀어준다고. 마치 작은 시골마을에서 고시 패스한 사람이 탄생한 것처럼 환영하는 분위기랄까. 하하.”

데뷔 첫 해여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는 러쉬는 자신들이 ‘노래 잘 하는 가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길 바랐다.

“멤버들의 화합이 중요하다. 간혹 티격태격해도 그때그때 대화로 푼다. 가장 중요한 건, 러쉬는 누구 하나 빠지면 안 된다는 점이어서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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