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존박, 얼치기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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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8월 21일 07시 00분


‘엄친아’와 ‘허당’. 180도의 이미지를 넘나들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존박. 유명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몰려오는 섭외에 싫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다음 앨범이 고민”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했다. 사진제공|뮤직팜
‘엄친아’와 ‘허당’. 180도의 이미지를 넘나들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수 존박. 유명 예능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몰려오는 섭외에 싫은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다음 앨범이 고민”이라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했다. 사진제공|뮤직팜
■ 요즘 예능대세로 뜬 가수 존박의 두얼굴

‘무한도전’ ‘런닝맨’등서 망가진 모습
美 명문대 출신 ‘엄친아’ 이미지 반전
‘덜덜이’ ‘국민 바보’ 망가진 별명도…

“엉뚱하고 허당, 꾸미지 않는 내 모습
예능 섭외 계속 들어오는데 고민…
무대서도 허리춤? No! 음악만 집중”

치밀하게 계산된 연기이거나 아니면 정말 ‘허당’이거나, 둘 중 하나다. 어리바리한 캐릭터로 ‘예능 대세’로 자리 잡은 가수 존박(본명 박성규·25)의 이야기다.

그는 케이블채널 엠넷 ‘방송의 적’을 비롯해 MBC ‘무한도전’, KBS 2TV ‘우리 동네 예체능’, SBS ‘런닝맨’ 등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재석, 강호동 등 ‘선수’들까지 녹다운시키며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데뷔 발판이 된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 출연할 당시만 해도 그에게 이런 모습이 감춰져 있는 줄 상상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엄친아’인데다, 단지 미국에서 오래 생활해 한국어가 서툴러 어눌한 모습이 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 그의 모습은 ‘덜덜이’ ‘얼치기’라는 온갖 별칭으로 어색하지 않다. 게다가 대놓고 “국민 바보”라고 말해도 ‘씩’ 웃을 뿐이다.

“진짜로 지능이 떨어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아니까. 제 본 모습에 가까운 면모를 보고 좋아해줘 기분 좋다. 실제로 엉뚱하고 멍하게 있는 것 좋아하고, 허당이다. 이제는 ‘꾸미지 않아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뿌듯하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모습을 보고 팬들은 “너무 망가지는 것 아닌가” 걱정했지만, 존박은 오히려 반겼다. 영리함과 어리바리함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고 있었다.

“요즘 들어 기사나 댓글 등을 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나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다. 처음엔 전혀 보지 않았다. 정체성에 대한 혼돈이 올까봐. 내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다짐한 것들이 있는데, 욕을 먹거나 주위의 반응에 휘둘리면 이도저도 아닌 거다. 사실 지금도 헷갈리긴 하다. 음악과 방송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 지.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는 음악만 잘 만들면 된다는 어린 아이 같은 고집이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않다.”

사실 존박은 마음 속으로 그동안 굳어져온 반듯한 ‘엄친아’ 이미지를 깨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제작진이 말릴 정도로 더 망가지고 막말도 거침없이 내던진다.

“(‘엄친아’ 캐릭터를)무너뜨리고 싶었다. 반듯하고 똑 떨어지는 이미지는 음악 하는 데에도 제한이 많다고 생각한다. 편안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많이 내려놨다.”

존박의 꾸미지 않은 ‘생’모습에 그동안 그를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던 사촌동생도 “예전에는 그냥 가수 존박이었는데, 이제야 형 같다”고 말할 정도다. 또 그의 든든한 지원군인 어머니도 처음엔 “괜찮은 거지?”라고 걱정했지만, 이제는 ‘우리 동네 예체능’ 속 아들의 모습을 보고 “직업을 잘못 고른 것 같다”는 농담까지 건넨다.

존박의 가장 큰 고민도 두 가지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예능프로그램 섭외와 새 앨범.

“편하게 하는 건 좋은데, 고정으로 뭘 한다는 것은 부담이 많다.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많고. 또 다음 앨범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도 크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며 곡에 대한 영감을 얻고 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첫 번째 단독 콘서트도 구상 중인데, 꼭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존박은 콘서트 이야기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콘서트에서도 방송에서처럼 허리를 돌리며 흐물흐물 춤추는 존박의 모습을 기대하면 오산이다.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춤이든 뭐든지 다 하는데, 무대 위에서는 음악에만 집중하자”는 철칙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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