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 넘치는 대본 보고 ‘이 영화다!’ 꽂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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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러 라이브’ 주연 하정우

현재 윤종빈 감독의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촬영중인 하정우는 도적 돌무치 역을 위해 삭발했다. 사진은 머리를 깎기 전에 찍은 것이다. 판타지오 제공
현재 윤종빈 감독의 영화 ‘군도: 민란의 시대’를 촬영중인 하정우는 도적 돌무치 역을 위해 삭발했다. 사진은 머리를 깎기 전에 찍은 것이다. 판타지오 제공
하정우(35)는 ‘노동자형’ 배우다. 2002년 ‘마들렌’으로 데뷔한 이래 출연작이 30편이 넘는다. 우직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에게 사람들은 “이름의 ‘우’자가 소 우(牛)자냐”고 농담을 던진다(하정우는 가명이고 본명은 김성훈이다). 올해에도 ‘베를린’ ‘577 프로젝트’에 이어 31일 개봉하는 ‘더 테러 라이브’까지 그가 나오는 영화가 3편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는 ‘노동’의 강도가 세졌다. 대사가 많은 원맨쇼다. TV 마감뉴스를 진행하다 라디오 진행자로 밀려난 인기 앵커 윤영화(하정우). 어느 날 방송 도중 청취자가 이런 전화를 걸어온다. “지금 마포대교를 폭파하겠습니다.” 장난전화라고 욕하는 순간 실제로 다리가 폭파된다. 윤영화는 테러범과의 통화를 실시간으로 중계해 시청률을 높이고 앵커 복귀를 꿈꾼다. 영화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벌어지는 윤영화와 테러범 간의 심리게임을 밀도 있게 끌고 간다.

29일 오전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대본을 보니 속도감이 있더라”고 했다. “여러 장소와 배우가 나와야 영화가 재밌잖아요. 그런데 이 영화는 이런 것 없이도 흥미로웠죠. 재난 상황에서 벌어지는 빠른 이야기가 상업영화로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사고 뉴스를 보며 앵커 연기를 연습했다. “기자 출신 앵커 역이라 아나운서처럼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뉴스 속보를 하다보면 작은 실수가 나오잖아요. 그런 디테일을 잘 살려보려고 했죠.”

30대 중반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으로 우뚝 선 비결에는 그의 부지런함이 있다. 그는 ‘언제 쉬느냐’는 물음에 “1년에 평균 2편 이상 영화를 찍는데, 평균 100일은 쉰다”고 했다. “아버지(김용건) 모습에서 배우는 것 같아요. 어릴 때 보면 쉬지를 않으셨어요. 술만 안 먹으면 피곤하지는 않아요. 하하.”

그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 개인전을 6번이나 열었다. “대학(중앙대 연극학과) 졸업하고 여기저기 오디션 보러 다니며 백수로 살았어요. 불규칙한 생활이 싫어서 삶을 리드할 뭔가를 찾다가 그림을 발견했어요. 어릴 적 봤던 수채화 물감과 4B 연필로 그리기 시작했죠.”

미술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이 반짝였고 말이 길어졌다. 여자친구 자랑을 하는 것 같았다. “연기는 예술이라고 하기에 뭔가 답답하고 뜨뜻미지근한 게 있어요. 어떤 때는 오브제처럼 도구가 된 느낌이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올곧게 나를 볼 수 있었죠. 솔직하게 그리다 보니 연기도 솔직해졌어요.”

주체가 되고 싶은 욕심은 그를 감독으로 이끌었다. 그가 처음 연출한 ‘롤러코스터’가 촬영을 마치고 올가을 개봉할 예정이다. “초등학교 때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를 보고 감독이 되고 싶었어요. 각본, 편집, 연출까지 채플린이 다 했잖아요. 연출자로서 영화를 바라보는 게 연기에도 도움이 됩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하정우#더 테러 라이브#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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