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0편 봤어요… 바둑 SF영화 시나리오 구상중”

  • Array
  • 입력 2012년 12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최다 관람왕’에 선정된 아마6단 바둑기사 육용지 씨

양손에 영화 포토티켓을 펼쳐 보이는 영화광 바둑기사 육용지 씨. 영화관에서 사뭇 진지한 그는 바둑알을 손에 쥘 때 오히려 유쾌해진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양손에 영화 포토티켓을 펼쳐 보이는 영화광 바둑기사 육용지 씨. 영화관에서 사뭇 진지한 그는 바둑알을 손에 쥘 때 오히려 유쾌해진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아마추어 바둑 6단 기사인 육용지 씨(25)는 매주 수요일이면 극장으로 출근한다.

“개봉작들이 막을 내리는 날이라 많게는 하루 5, 6편까지 챙겨 봐요.”

그는 4월에서 7월까지 한국영화 122편을 관람해 최근 영화진흥위원회 선정 ‘최다 관람왕’으로 뽑혔다. 올해 그가 본 영화는 외국 영화와 한 영화를 여러 차례 본 것을 포함하면 400편이 넘는다.

바둑 기원만큼이나 극장을 좋아한다는 그는 2010년에 무비꼴라쥬 관객 프로그래머 1기로도 활동했다. 중학생 때부터 바둑을 시작한 그에게 영화 관람은 취미이자 훈련이다.

다양한 변수를 염두에 두고 줄거리를 전개하는 것과 바둑 한 수를 두기 전에 정답 없는 여러 길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영화와 바둑의 공통점이라고. “2시간 동안 상대가 몰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압축하는 점도 꼭 닮았죠.”

스무 살이 넘은 2008년에야 처음 영화관에 가서 ‘쿵푸팬더’와 ‘영화는 영화다’를 봤던 그는 이제는 영상자료원까지 즐겨 찾아가는 골수 영화광이 됐다. 미처 보지 못한 사이 종영된 ‘화차’와 ‘코리아’도 영상자료원에 가서 꼭 볼 생각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2009년),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년)처럼 잔잔한 묘사가 돋보이는 영화를 좋아한다.

“일본 영화는 상대의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데 탁월해요. 차분하게 상대를 파악하는 바둑 경기의 ‘심리전’에 큰 도움이 되죠.” 그는 오영두 감독의 ‘이웃집 좀비’ ‘에일리언 비키니’ ‘지상의 별처럼’을 여러 번 봐도 재미있는 영화로 꼽았다.

티켓값이 만만치 않지만 영화를 통해 더 값진 가치를 얻는다고 그는 생각한다. 1000장이 넘는 영화 티켓을 수집하는 요령도 생겼다. 사진 크기(3×5인치)의 포토티켓으로 출력해 앨범에 간직하는 것.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도 구상하고 있다. “‘건축학 개론’이 건축과 사랑의 닮은 점에 착안했잖아요. 바둑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SF영화를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바둑을 소재로 한 웹툰 ‘미생’이 인기를 끄는 것처럼 바둑영화도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그는 밝혔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
#육용지#최다 관람왕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