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진 앵커 “생방송 도중 모욕적인 말…판 엎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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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6일 07시 00분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며 채널A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박종진의 쾌도난마’. 200회 비결은 거침없는 ‘직구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 주는 박 앵커의 힘이다. 사진제공|채널A
다양한 사회 이슈를 다루며 채널A의 인기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박종진의 쾌도난마’. 200회 비결은 거침없는 ‘직구 화법’으로 시청자들의 답답한 속을 뚫어 주는 박 앵커의 힘이다. 사진제공|채널A
■ 채널A ‘쾌도난마’ 박종진 앵커

어눌한 말투·불규칙한 목소리 되레 재미있어 해
매일 방송하는 시사토크 겁나지만 자부심 느껴
초대하고 싶은 다음 손님은 이미숙과 싸이

“앞으로 어떤 자세로 방송을 해야 할지 정신이 바짝 들었다.”

24일 오후 8시 서울 청계광장에서는 500여명의 시민이 한 남자의 등장을 기다렸다. “핑퐁 게임처럼 주고받는 대화가 재미있다”는 한 시민의 말처럼, 단순한 사회 이슈라 해도 아슬아슬하게 위험 수위를 넘나드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채널A의 박종진 앵커다. 그가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청계광장에서는 10월4일 200회 방송을 앞둔 ‘박종진의 쾌도난마(이하 쾌도난마)의 공개녹화가 진행됐다. 사전 신청자 250명의 두 배가 넘는 시민들이 몰려 진행자와 프로그램에 쏠린 관심을 실감케 했다.

‘쾌도난마’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일일 시사토크 프로그램으로,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26일 첫 방송한 후 매회 화제몰이를 하고 있다. 그 인기의 중심에 박종진 앵커가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솔직히 실감하지 못했다”며 “관심이 높아질수록 정신이 더 바짝 든다”고 말했다.

‘쾌도난마’는 ‘헝클어진 삼을 잘 드는 칼로 자른다’는 뜻으로, 어지러운 사회 상황 등을 명쾌하게 잘 정리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점은 박 앵커의 성격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한다.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처음에 좋은 제목을 찾다 ‘박종진의 담판’이나 ‘이판사판’으로 하려 했다. 조금 더 거침없고, 속 시원하게 해줄 뭔가를 찾다가 ‘쾌도난마’로 결정하게 됐다.”

단칼에 잘라 내는 차가움도 있지만, 그의 흡입력은 거르지 않은 거친 듯 날선 표현과 출연자도 예상치 못한 정곡을 찌르는 질문 그리고 특유의 말투에 있다.

“난 말이 어눌한 편이다. 매끄럽게 쉼 없이 말하지 못한다. 숨 쉬는 것도 길어서 한 마디하고 많이 쉬다 보니 불규칙한 바운드의 목소리 높낮이와 길이 때문에 시청자가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눈빛이 좋은 것 같다. 하하!”

‘쾌도난마’는 타 방송사의 시사토크 프로그램과 달리 매일 방송된다. 박 앵커는 이것이 ‘쾌도난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했다.

“매일매일 새로운 패널을 섭외해야 하기 때문에 타 방송사에서는 엄두를 못 낸다. 섭외한 사람이 늦게 오면 그대로 방송 펑크다. 처음엔 겁도 없이 도전한 것도 있다. 이제는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을 낳은 정준길 새누리당 전 공보위원이 생방송을 펑크낸 뒤 그는 프로그램에서 “방송을 정면으로 농락했다. 택시기사 진술이 맞는 것으로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상에서 ‘황상민 장군의 채널A 대첩’(‘쾌도난마’가 시청률이 낮다고 생방송에서 독설을 퍼부은 일)으로 화제가 된 것도 굴욕(?)일텐데 그는 당당했다.

“사실 순간적으로 판을 엎으려고 했다. 제대로 한 번 붙으려고 했지만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방송이 끝난 후 누군가 전화를 해서 ‘최초로 방송에서 창피를 당한 앵커’라 하더라. 기록이 될 거라고. 하하하! 그 조차도 황상민 교수가 내 인내심과 선함을 드러낼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박 앵커는 아직도 초대하고 싶은 출연자가 너무 많다면서 배우 이미숙, 가수 싸이와 꼭 한 번 이야기를 나눠 보고 싶다고 했다.

“이미숙을 둘러싼 진실도 궁금하고, 싸이의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들여다보고 싶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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