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출연자의 세계, ‘차가운 부검대 시체’ 출연료는 15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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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유령’에서 피살된 형사의 영정사진, KBS 드라마 ‘빅’ 첫 회에서 영안실에 누워 있던 시체, 케이블 OCN의 범죄 수사극 ‘신의 퀴즈’에서 주인공 대신 무수히 주삿바늘에 찔리는 ‘팔뚝 출연자’…. 드라마마다 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감초 역할을 하는 이색 출연자의 세계가 있다.

○ 영정사진 출연료는?

지난주에 방영된 SBS ‘유령’에는 권해효가 영정사진으로 등장한다. 그가 연기했던 한영석 형사가 조현민(엄기준)에게 살해됐기 때문이다.

배우의 영정사진도 출연료는 받는다. 방송사에 따르면 영정사진으로만 출연할 경우 해당 배우가 실제 연기할 때 출연료의 15% 정도를 받는다. 큰 노력 없이 출연료를 챙긴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배우의 초상권을 사용하는 데다 기분 좋을 리 없는 ‘영정’으로 등장하는 상황을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변수도 있다. 자신의 영정사진이 등장한 방영분에 배우가 살아있는 상태로도 나오면 추가 출연료 없이 한 회의 출연료만 받는다. 지난주 영정사진이 나온 권해효는 이 경우다.

‘탤런트 희극인 출연료 기준표’를 보면 톱스타 등 별도의 계약으로 출연료를 정하는 연기자를 제외한 연기자들은 최하 1등급부터 최고 18등급으로 분류된다. 영정사진으로 자주 등장하는 배우들의 경우 제작비와 나이를 감안해 6∼8등급인 할아버지 할머니 배우들이 자주 나온다. 6등급 배우가 미니시리즈에 영정 사진으로만 출연할 경우 영정사진 출연료는 6만 원 정도다.

영정사진 출연에도 일종의 룰이 있다. 아역의 영정사진은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시청자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쓰지 않는다. 드라마의 흐름상 어쩔 수 없이 쓰는 경우에는 사진을 흐릿하게 노출한다. ‘신의 퀴즈’ 강희준 PD는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아동 대상 범죄를 소재로 하려 해도 아동 영정사진은 피해야 하고 섭외도 잘 안된다”면서 “흐릿하게 표현해도 시청자들의 항의 글이 자주 올라온다”고 말했다.

○ 팔뚝 출연, 미라 출연…

올해 초 끝난 KBS 의학드라마 ‘브레인’의 경우 주사 맞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제작진이 현장에서 지원자를 찾아 나섰다. 의학 드라마의 경우 팔에 주삿바늘을 찌르는 장면이 많지만 대부분의 출연자가 인체에 무해한 포도당 주사액을 쓰더라도 주사 맞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배우가 링거를 맞고 있는 신은 통상 반창고로 링거 바늘을 가린다. 하지만 주사를 놓는 장면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위해 누군가가 직접 맞아야 한다. 팔에 주사를 맞는 대역을 한 경우 그날 출연료에는 소정의 금액이 가산된다.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다면 ‘신의 퀴즈’ 촬영 때처럼 연출부 FD(현장 진행담당)가 ‘봉사’한다.

붕대를 감는 등 특수한 분장을 하면 출연료가 높아진다. ‘유령’에서 박기영(최다니엘) 대역으로 전신붕대를 한 보조출연자는 그날 평소 출연료의 두 배를 받았다. 온몸에 붕대를 칭칭 감는 데 5시간이나 걸렸고, 분장한 채로 장시간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빅’ 첫 회에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윤재(공유)가 영안실에서 할아버지 시체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보통 시체 역할을 담당하는 보조출연자는 하루 수당의 두 배를 받는다. 14만∼15만 원 선이다. 추가된 수당은 수고비인 셈이다. 영안실 시체로 출연할 경우 차가운 부검대 위에서 혈색이 가신 분장을 한 채 웃통을 벗고 뻣뻣하게 누워 있어야 해 육체적인 부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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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방송#드라마#이색 출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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