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연가시’에서 유일한 변종 ‘연가시’에 감염된 경순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문정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문정희(36), 그는 진짜 여배우였다.
그와 인터뷰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은 “예쁘기 보단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형식적인 말인 것 같지만 진심이 느껴졌고 영화에서도 그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여배우인데 예쁜 거 싫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그게 우선순위가 되진 않아요. 제가 완벽하게 몰입할 수 있는 캐릭터가 우선이고 그 사람이 예쁜 설정이면 좋은거죠.”
영화 ‘연가시’에서 남편과 아이밖에 모르는 ‘경순’ 역을 맡은 문정희와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정희는 “인터뷰가 아니고 수다 떠는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 의리·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9년…흥행보다 더 중요하죠!
영화 ‘연가시’는 박정우 감독의 3번째 작품. 박 감독님은 세 작품 모두 문정희를 캐스팅 했다. 그 만큼 배우를 향한 감독에 대한 애정이 컸다는 말이다.
하지만 영화 ‘바람의 전설’ ‘쏜다’ 등은 객관적인 수치상으로 봤을 때 흥행을 하진 못했다. 배우라면 흥행에 대한 압박감도 있었을 텐데 문정희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 박정우 감독의 작품에 흥행부담감은 없었나요?
“에이~감독님하고 나하고 그러면 안 되는 사이죠. 감독이 세 작품에 세 번 모두 부르는 배우가 됐다는 건 대단한 결심을 했다고 볼 수 있죠. ‘바람의 전설’ 때부터 많이 예뻐해 주시고 챙겨주셨거든요. 어느덧 9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으니 의리와 충성심이 생겼어요.”
- 그래서 그런지, 감독의 마음을 잘 아는 배우 같아요.
“감독님이 겉으론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그 안이 참 달콤해요. 배우나 스태프들이 힘들고 지치는 걸 못 보시죠. 저는 감독님의 눈빛을 보면 뭉클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건 9년이란 세월동안 저절로 만들어진 애정이랄까? 감독님은 내 가족과 다름없어요.”
- 김명민 씨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명민오빠, 너무 좋아요. 감사한 부분이 많아요. 특히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어주시는 것 같아요. 첫 촬영에 제가 트림을 하는 장면을 찍었어야 했는데 정말 10년차 부부인 것처럼 무리 없이 잘 찍었어요. 가끔 썰렁한 농담도 하시고…(웃음)”
- 캐릭터 ‘경순’의 어떤 매력에 끌렸죠? “제가 유일한 감염자잖아요. 연가시의 감염경로를 유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 매력적이었죠. 특별한 롤모델도 없었고요.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배우 문정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영하 20도에서 생수 6통 들이켜…나 자신도 놀랐네.”
영화를 찍기 전, 수백 번의 테스트 컷을 찍으며 별별 표정을 다 지어봤고 연기를 해봤고 크랭크인을 하고 나선 더 고생을 했다. 하지만 문정희는 몸이 고생하는 것에 대해 개의치 않았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문정희는 그야말로 몸을 연가시에 내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경순에게 몰입해 연기했다.
- 생수 6통을 들이키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반은 마시고 반은 흘렸어요. 그래도 영하 20도에서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마셨는데…너무 가혹한 촬영이었죠. 제가 추위에 엄청 약하거든요. 3월에도 긴팔을 입고 다녀야해요. 그런데 저 스스로 놀랐던 건 그렇게 떨던 제가 ‘슛’만 들어가면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를 하는 거예요. 속으로 ‘만날 힘들다고 해도 배우 할 팔자구나’ 생각했죠.”
- 사람들한테 머리도 잡히고 아프지 않았나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 액션 배우 분들하고 합을 맞췄어요. 앞줄에 있었던 분들은 액션 배우셨거든요. 처음엔 아프지 않았는데 뒷줄에 계신 배우 분들이 몰입을 하셔서 머리채도 잡혔는데 그 때는 조금 아팠습니다.”
- 영화 찍으며 고생이 정말 심했을 것 같아요.
“괜찮았어요. (웃음) 물론 힘들긴 했지만 수용소에 계신 분들도 추운 곳에서 고생하셨고 (김)명민 오빠도 한 겨울에 얇은 골프복만 입고 얼음물에 들어갔어야 했고요. 그리고 한겨울에 한강에서 둥둥 떠 있는 시체 역을 하셨던 액션 배우 분들, 모두 다 수고하고 고생하셨죠.”
- 제일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사람들은 물을 마시는 순간이 가장 어려웠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제 안에 있는 ‘연가시’라는 녀석과 싸우는 게 가장 어려웠어요. 실제로 없는 연가시가 몸속에서 발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얼굴로만 표현을 해야 하니까요. 혼자서 사투를 벌어야 하는 장면이었기에 가장 힘들고 외로운 촬영이었어요.”
- 아이들은 말을 잘 듣던가요?
“아니요, 완전 안 듣죠. 확실히 명민 오빠가 실제로 아빠니까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법을 잘 알더라고요. 저는 ‘군기 반장’이었죠. (웃음) 애들이 떠들면 ‘너 여기 놀러온 거 아니지?’ ‘여기선 이제 잘해야 돼’ 라고 어른한테 설명하듯 말했던 것 같아요.”
배우 문정희.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 “영국 맨체스터 가는 게 꿈…박지성 만나고 싶다”
- 평소 자기 관리가 뛰어나다고 들었어요. 등산을 좋아한다던데.
“네, 좋아해요. 북한산이나 청계산 같이 가까운 곳으로 많이 가요. 확실히 몸매 관리도 되고 근력 운동에 좋은 것 같아요. 한번 해보세요! 확실히 덜 지치고 피곤한 것 같아요. 혼자 산을 걷다보면 생각도 정리되니까 정신 건강에도 좋은 것 같고요. 등산을 하니까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주위 사람들의 소중함 등을 느끼게 됐어요.”
- 가정에서도 내조를 무척 잘 한다고 들었어요.
“하하하, 아침 6시 30분에 아침상을 꼭 차려요. 그런데 그건 남편을 위한 게 아니고 저를 위한 거예요. 제가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하는 사람이거든요.(웃음) 아침을 먹으면 정신도 맑아지고 살도 잘 안 찌는 것 같아요. 그리고 유일하게 남편과 오랫동안 만날 수 있는 시간도 그 시간이고요.”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라이언 긱스 팬이라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네,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해외 축구는 남편이 좋아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진짜 재밌더라고요. 긱스도 좋아하지만 박지성 선수 때문에 맨유를 좋아했죠. 축구를 보면 11명이 각자 포지션을 지키며 환상적인 한 경기를 만들잖아요. 우리 배우들도 마찬가지고요. 거기에 매력을 많이 느꼈죠.”
- ‘유로 2012’도 다 봤나요?
“그럼요. 집에 와서 TV를 틀면 제일 먼저 보는 게 스포츠 채널이에요. 사실 스페인을 좋아하는데 사람들이 다 스페인이 이길 거라 해서 이탈리아를 응원했어요. 아주리 군단을 좋아하진 않은데 그들을 보면 축구에서 화려함이 느껴져요.”
- 야구도 좋아하나요?
“그럼요. 두산 베어스를 좋아하는데…요즘 성적이 안 좋아서 좀 속상해요. 잠실구장은 종종 가는 편이죠. 응원 문화가 열정적인 사직구장이나 광주구장도 가서 경기를 꼭 보고 싶어요.”
- 왠지 영국 가는 게 꿈일 것 같네요.
“맞아요. (웃음) 아 진짜 좋을 것 같아요. 영국 맨체스터 가서 한 시즌권을 사서 경기 보고 싶어요. 야구장만 가도 흥분이 아닌 광분이 될 정도인데…거기 가면 훌리건까진 아니어도 ‘악~!’ 하고 소리 지르고 응원하는 제 모습이 상상돼요. 박지성 선수도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웃음)
- 마지막으로, ‘연가시’를 찾는 관객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기생충’이라는 소재가 참 독특하고 한국 정서에 딱 맞는 영화인 것 같아요. 영화 속 놓치지 말아야 할 것도 있고요. 스피디하게 영화 보시면서 시원한 여름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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