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에 바치는 칸의 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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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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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미하엘 하네케 감독 생애 2번째 황금종려상
76세 로치감독 심사위원상, 90세 감독도 경쟁부문 올라

《 칸은 노장들에게 황금빛 경배를 올렸다. 27일 오후(현지 시간) 막을 내린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오스트리아 출신 70세 노장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Amour·사랑)’에 돌아갔다. 이로써 하네케 감독은 2009년 ‘하얀 리본’에 이어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1년 심사위원대상, 2005년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10차례 이 영화제에 진출해 네 번이나 수상하며 칸과의 각별한 인연을 과시했다. 》
‘아무르’의 두 주연배우 장루이 트랭티냥과 에마뉘엘 리바도 80대 노장이다. 진정한 사랑과 안락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이 영화에서 두 사람은 은퇴한 음악교사 출신 노부부 조르주와 안 역을 맡아 섬세한 연기로 찬사를 받았다.

일찍부터 이 작품은 강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거론됐다. 경쟁 후보작품 평가의 중요한 잣대인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평점에서 ‘아무르’는 4점 만점에 3.3점을 받아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44)의 ‘비욘드 더 힐스’와 함께 1위를 차지했다.

하네케 감독은 “언론은 항상 감독들을 규정하려 드는데, 나는 오랫동안 폭력 전문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사랑에 관한 작품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영국의 거장 켄 로치 감독(76)의 ‘에인절스 셰어’는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로치 감독은 지금까지 작품에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왔지만 이번에는 청년 범죄자가 아이를 가진 뒤 벌어지는 생활의 변화를 유쾌한 리듬으로 담아냈다. 그는 1990년과 1993년에 이어 세 번째로 이 상을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도 남겼다.

노장들의 선전은 영화제 시작부터 예고됐다. 경쟁 부문에 오른 22편 중 5편이 70세 이상 감독의 작품이었다.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의 알랭 레네 감독이 90세로 가장 나이가 많고, ‘코즈모폴리스’의 데이비드 크로넌버그(70), ‘라이크 섬원 인 러브’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72)도 영화제의 ‘경로석’을 늘렸다.

2등상 격인 심사위원대상은 이탈리아 출신 마테오 가로네 감독(44)의 ‘리얼리티’에 돌아갔다. 이 영화는 부족한 돈 벌이를 보충하기 위해 귀여운 사기극을 벌이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생선장수 부부 이야기를 담은 코믹물. 가로네 감독은 2008년 ‘고모라’로 심사위원상을 탄 데 이어 이번에 수상하면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장파 감독으로 떠올랐다.

감독상은 ‘포스트 테네브라스 룩스’를 연출한 멕시코의 카를로스 레이가다스(42)가 차지했다. 레이가다스 감독은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뒤 수년간의 법정 분쟁 끝에 최근 개봉한 ‘천국의 전쟁’을 연출한 바 있다.

남우주연상은 ‘헌트’에 출연한 덴마크 출신 마스 미켈센(47)이 받았다. 이 영화에서 그는 이혼한 뒤 새 여자친구를 만나고 아들과의 관계 개선에 힘쓰는 아버지 역으로 주목을 끌었다. 미켈센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에서 스트라빈스키 역으로 출연해 국내 관객에게 친숙하다.

여우주연상은 ‘비욘드 더 힐스’의 루마니아 출신 배우 크리스티나 플루투르와 코스미나 스트라탄이 공동으로 수상했다. 두 배우는 같은 보육원에서 자라 루마니아에서 수녀로 사는 여성과 그를 데려가기 위해 독일에서 돌아온 커리어우먼으로 나와 끈끈한 우정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연출한 크리스티안 문지우 감독은 각본상을 받아 경사가 겹쳤다.

칸=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칸 영화제#미하엘 하네케#황금종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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