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축제 초대 가수 1위는 씨스타…이면의 섭외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1일 1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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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수 아이유가 소속된 로엔 엔터테인먼트에 대학축제 섭외 대행업체들의 문의 전화 수십 통이 몰렸다. 내용은 입을 맞춘 듯 같았다. "우리 회사가 성균관대 축제 섭외를 맡았는데 아이유 스케줄이 어떻게 되느냐"는 것. 이에 기획사는 "도대체 성대 축제를 맡은 업체가 몇 개냐"고 되묻기도 했다.

성대 학생회가 축제를 앞두고 '축제 때 보고 싶은 가수'를 묻는 설문을 페이스북에 올린 게 원인이었다. 재학생 270명 중 112명이 '아이유가 보고 싶다'고 답변했다. 대행 업체들은 섭외 대행 계약을 한곳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학생회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다 '아이유만 섭외하면 성대 축제를 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학 축제에서 학생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리는 것이 초대가수 무대다. 매년 가수 섭외를 맡는 학생회는 한정된 예산과 학생들의 요구 사이에서 접점을 찾느라 골치가 아프다. 축제 섭외 대행업체들은 이런 고민을 파고든다. 매년 4, 5개 업체가 '저렴한 가격에 인기가수를 섭외할 수 있다'며 학생회 문을 두드린다. 걸그룹, 힙합 그룹, 인디밴드 등 축제 콘셉트 별로 가수를 패키지화해 제시한다.

본보가 서울의 20개 주요 대학의 축제 초대가수를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섭외된 가수는 씨스타로 한양대와 건국대 등 5개 대학 축제에 출연한다. 전체적으로 '주가 1위'는 걸그룹이었다. 전체의 65%인 13개 대학이 씨스타, 다비치, 소녀시대 태티서, 포미닛, 시크릿 등 여성그룹을 축제에 초대했다.

원한다고 다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출연료가 팀당 1000만~5000만원이어서 1000만 원 대 안팎의 학생회 섭외 예산으로는 무리다. 이 때문에 학생회마다 묘안을 짜내기에 바쁘다. 홍익대 학생회는 여러 팀을 한 번에 '간접 섭외'할 수 있는 라디오 공개방송을 해법으로 찾았다. 경기방송 라디오 '엠투엠 정환의 한밤나라' 공개방송을 축제 첫날 캠퍼스에서 열도록 한 것. 홍대 학생회 측은 "이 방법으로 씨스타 출연료를 사실상 3분의 1로 줄였다"고 귀띔했다.

비교적 저렴한 출연료로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디 밴드 섭외도 매년 늘고 있다. 서강대 학생회는 25일 열리는 축제에 록 페스티벌 형식을 도입했다. 트램폴린, 악어들, 화교문화, 단편 숏컷, 얄개들 등 인디밴드 20여 팀을 불렀다. 학생회는 '연예인이 아니라 학생이 주인공 돼 허세 없이 놀기'로 축제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이는 일부 학생들의 반발도 불렀다. 박다해 씨(24·여·서강대)는 "의도는 좋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가수가 나와야 함께 즐길 수 있는데 모르는 팀이 너무 많아 맥 빠진다"고 말했다.

서강대 커뮤니티 사이트 '서강사랑방'에서는 "축제 섭외 비용을 다른 데 쓴 것 아니냐"며 축제예산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글까지 빗발쳤다. 학생회 관계자는 "학생들의 요구와 주어진 조건들의 균형을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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