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나가수2’ 일등·꼴등 동시졸업은 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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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21일 07시 00분


“보컬리스트가 나이드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며 “끊임없이 자기단련을 하고 있다”는 이은미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영혼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보컬리스트가 나이드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며 “끊임없이 자기단련을 하고 있다”는 이은미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영혼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까칠한 가수 vs 친절한 MC 이은미

너무 자극적이라 싫어했던 ‘나가수’
새 포맷 제안하고 시즌2 출연 결정
덜컥 맡은 생방 MC…호평 쏟아져

데뷔 22년차 콘서트·신곡 왕성한 활동
항상 ‘이은미’여야 하는게 참 어렵다


‘맨발, 디바, 그리고 카리스마.’

가수 이은미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들. 하지만 무대가 아닌 곳에서 만난 이은미의 모습은 달랐다. 그를 만난 것은 스승의 날이었던 15일. 인터뷰 내내 휴대폰을 곁에 두고 있던 이은미는 쏟아지는 제자들의 감사 문자에 대화가 끊어지자 연신 “미안합니다”는 말을 하면서도 번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딘가 모르게 뾰족할 것 같다는 편견은 그렇게 깨졌다. 그리고 너그러운 미소와 부드러움은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2’의 진행자 이은미의 모습과 겹쳤다.

● ‘나가수’ 자극적인 포맷 싫었다, 그런데 왜?

이은미는 6일부터 생방송으로 방송된 ‘나가수 2’의 진행자. 생방송 진행은 처음이지만 특유의 노련함이 돋보이며 “말끔한 진행 솜씨”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은미는 “안 떠는 것처럼 보인 것뿐이지 엄청 떨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당초 예정됐던 진행자의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감은 더욱 컸다. 하지만 결국 동료 가수들과 연출자 김영희 PD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갔다.

“진행자라기보다는 시청자와 청중이 좀 더 새롭게 음악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존재다. 박상민 씨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피치(음의 높이)가 정확한 가수다. 진행자로서 이런 정보를 전함으로써 시청자와 청중이 가수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은미는 사실 ‘나가수’의 포맷을 싫어하던 가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나가수 2’ 출연을 결정한 건 이례적이었다.

“시즌 1의 방식은 정말 싫었다. 가수들이 지나치게 긴장한 것처럼 비쳐졌고, 일렬씩 앉혀서 1등부터 꼴등을 나눴다. 자극적이었다. 자신의 창법이 아닌 ‘나가수’를 위한 무리한 창법을 시도하는 모습도 안타까웠다.”

하지만 시즌2에서 이런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출연을 결정했다. 최고의 감동을 준 가수와, 최하위 성적을 받은 가수가 함께 프로그램을 떠나는 방식은 이은미가 직접 제작진에게 제안했다. 그래도 여전히 아쉬운 점은 있다. “생방송 무대의 사운드가 그대로 안방에 전달되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 가수들과 세션, 제작진이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할 문제다.”

● 2년 만의 새 앨범 “가수가 나이 든다는 것!”

이은미는 ‘나가수 2’ 출연과 함께 2년 만에 내놓는 새 앨범과 6월2일부터 시작하는 ‘2012 이은미 콘서트 투어-세상에서 가장 짧은 드라마’ 준비에도 한창이다. 스타 작곡가 윤일상이 작곡하고 자신이 작사한 새 앨범 수록곡 ‘너는 아름답다’를 이미 4일 공개하기도 했다.

‘음악적 솔메이트’ 윤일상에 대해 “내 목소리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가 만든 ‘이은미만을 위한 노래’를 만약 거절하면 절대 다른 가수에게 주지 않는다. 그냥 노래를 폐기한다”는 말로 오랜 신뢰감을 드러낸 그는 올해로 데뷔 22년차. “소리가 소리를 통과하는 공간, 소리가 반응하는 것들을 고스란히 노래에 담고 싶은 욕심이 커진다”는 그는 “이번에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앨범을 녹음했다. 한 부스 안에서 모든 악기 연주를 담았는데 사무실에서는 돈이 많이 든다고 싫어하는 눈치다”며 웃었다.

“보컬리스트가 점점 나이 든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라는 그의 말은 짠한 여운을 남겼다. 이은미는 “나이가 들면서 감수성이 무뎌지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콘서트에서도 팬들에게 ‘심장이 점점 딱딱해지는 것 같다’는 푸념을 했다. 음악하는 사람들은 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어야 하는데. 가끔은 참 서글프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무대 위에서는 용서가 없다. 무대 위 ‘맨발의 디바’ 이은미는 언제까지나 이은미여야 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바쁜 스케줄로 인해 나빠진 컨디션도, 개인적인 상처와 아픔도 무대 위에서는 잊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이은미여야 하는 게 참 어렵다”고 했다.

20년 넘게 겪어본 ‘냉정한’ 무대이기에 후배 가수들을 보는 이은미의 마음은 더욱 안쓰럽다. 그래서 그는 “요즘 아이돌 가수들은 기술이 좋다. 하지만 기술이 좋다고 해서 음악이 되는 것은 아니다”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 나이에 맞게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시험도 망쳐보고, 사랑도 해보고, 아파보기도 해야 한다. 그런 경험을 다 해본 나도 살면서 힘들 때가 많고 음악적인 소재 고갈로 허덕일 때가 있다. 가끔 아이돌의 노래에 영혼이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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